내홍 발단·핵심 쟁점·정상화 방안 밝혀
부산영락교회가 담임목사 은퇴 후 원로목사로 추대된 목사의 설교권과 교회 운영, 후임목사 청빙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장기간 내홍을 겪고 있다.
부산영락교회는 지난 1987년 교회 내홍을 겪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를 탈퇴한 뒤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총회에 가입해 교회 성장과 안정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담임목사 은퇴를 전후해 열린 공동의회에서 은퇴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하는 한편, 당회장에 준하는 권한과 동사목사 지위, 후임목사 청빙과 관련한 권한 등을 부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부산영락교회 임시당회장으로 파송된 노회장이 원로목사를 대리당회장으로 세우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당회 측은 원로목사에게 사실상 당회장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대리당회장 역할까지 맡기는 것은 교단 헌법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노회는 총회 헌법위원회에 “대리당회장을 임시당회장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지”, “반드시 노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지”, “원로목사 또는 동사목사가 임시당회장이나 대리당회장을 맡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총회 헌법위원회의 판단은 노회가 취했던 조치와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회 헌법위는 대리당회장은 임시당회장이 개인적으로 임명하는 직책이 아니라 ‘노회의 치리권에 의해 파송되는 공적 직무’로, 반드시 노회의 결의를 거쳐 파송돼야 한다고 해석했다.
자격에 대해서도 헌법 정치 제75조 제3항을 근거로 임시당회장과 대리당회장은 현재 목회를 시무하는 현직 담임목사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사목사는 담임목사와 함께 사역하지만, 당회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임시당회장이나 대리당회장으로 파송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원로목사 역시 은퇴 후 예우를 받는 직분으로 현재 시무하는 담임목사의 지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임시당회장 또는 대리당회장으로 파송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결국 노회장이 원로목사에게 대리당회장 역할을 맡긴 조치는 총회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과 배치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이 같은 판단은 외부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부산노회가 직접 총회 헌법위원회에 질의해 받은 유권해석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에 교회 안팎에서는 교회 내 분쟁을 조정하고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노회가 교단 헌법과 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했더라면 갈등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회의 조치가 결과적으로 총회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과 배치되면서 오히려 부산영락교회 내홍의 불씨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총회 헌법과 교회 내규의 적용을 둘러싼 해석 차이에 더해 고소⦁고발까지 이어졌으며예배 후 양측 간 충돌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현재 본당에서는 원로목사의 설교와 교회 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입장을 달리하는 교인들이 한 공간 안에서 나뉘어 예배를 드리는 등 갈등의 골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동희 부장판사)는 부산영락교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부산노회와 백석총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 등 효력정지가처분’ 사건에서 ‘사고교회 지정 및 수습전권위원 파송’과 관련한 효력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하고 일부 각하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안을 둘러싼 법적 판단은 향후 본안소송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한편, 부산영락교회는 6·25전쟁의 아픔 속에서 피란 성도들이 세운 역사적 배경을 지닌 교회다. 1951년 전쟁을 피해 남하한 교인들이 부산 고려신학교 강당에서 한경직⦁강신명 목사를 중심으로 30여 명이 모여 첫 제단을 쌓고 예배를 드린 것이 그 출발이었다. 이후 당회는 “피난 중에는 영락교회 당회를 부산에 둔다”고 결의하며 피란지 부산에서 신앙공동체의 기틀을 세웠다. 전쟁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예배와 신앙을 지켜온 교회의 역사적 뿌리를 생각할 때 오늘의 갈등을 넘어 화합과 공동체 회복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회 안팎에서는 법적 판단과 별개로 더 이상의 대립과 상처를 멈추고 교회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회 역시 교단 헌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한편,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분쟁 종식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본지는 부산영락교회 당회 소속 시무장로 3인을 만나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확산된 여러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고 이들이 바라보는 분쟁의 발단과 핵심 쟁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아울러 75년의 신앙 역사를 이어온 교회가 오랜 갈등과 대립을 넘어 다시 하나 되는 화합과 정상화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그 해법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번 교회 내홍은 어디에서 시작됐다고 보는가?
“담임목사 은퇴 이후 원로목사의 교회 운영 권한과 새로운 담임목사 체제로의 전환을 둘러싼 입장 차이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원로목사에게 일정한 권한을 계속 부여해야 한다는 측과 새로운 담임목사 중심의 목회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회 측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확대됐다.”
― 이번 분쟁의 본질과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무엇인가?
“핵심은 은퇴한 목사가 교회 운영에 어느 범위까지 관여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2025년 12월 14일 공동의회에서 은퇴한 원로목사에게 후임목사 청빙, 당회 운영 및 동사목회 등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는 취지의 결의가 있었다. 이어 12월 26일 부산노회에서도 담임목사를 원로목사⦁공로목사⦁동사목사로 추대하고 대리임시당회장으로 지정하는 취지의 결의가 있었다.
그러나 당회는 이 같은 결의가 교단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백석총회 헌법위원회도 은퇴한 목사의 임시당회장 선임 문제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장로와 집사들의 직무정지 문제와 교회 재판 등이 이어지면서 갈등이 더욱 확대됐다.”
― 지난 8월 31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당회는 이번 결정을 통해 사고교회 지정 및 수습 과정에 제동이 걸렸고 당회 기능이 회복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일부 신청이 각하된 부분도 사고교회 지정과 관련한 판단이 내려진 상황에서 임시당회장 문제까지 별도로 판단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회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앞으로 교회와 예배를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할 계획이다.”
※ 위 내용은 법원의 결정에 대한 당회 측의 해석이며, 관련 쟁점은 향후 본안소송에서 추가로 다뤄질 수 있다.
― 한 예배당 안에서도 양측이 나뉘어 예배드리는 상황이다. 물리적 충돌과 감정적 대립을 막을 방안은 있는가?
“당회는 그동안 원로목사 측과 여러 차례 접촉하며 예배 정상화 방안을 제안했다. 하루 4차례 예배 가운데 양측이 각각 두 차례씩 예배를 주관하고 서로의 예배를 방해하지 말자는 방안이었다. 백석총회 관계자도 이러한 방향을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종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회가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배 정상화다. 더 이상의 충돌 없이 성도들이 온전히 예배드릴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찾고 있다.”
― 부산노회 및 백석총회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는가?
“당회는 부산노회가 교회를 사고교회로 지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현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백석총회와 계속 갈등을 가질 이유가 없다. 다만 부산노회와의 관계는 향후 이명을 포함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재 당회의 입장이다.”
― 화해를 위해 원로목사 측과 대화하거나 양보할 의향은 있는가.
“교회 운영에서 원로목사가 완전히 물러나고 정상적인 청빙 절차를 통해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당회장과 목회체제가 세워지면 예배를 회복하고 성도 간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당회 측 성도들도 교회 회복을 위해 수개월 동안 매일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예배와 교회의 정상화다.”
― 당회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교회 정상화 방안은 무엇인가.
“교회 지도자인 목사와 장로가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서 자신의 권한과 이해관계를 앞세우기 시작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며 성도들이 함께 세워가는 신앙공동체다.
사람을 바라보기보다 하나님을 바라보고 각자가 자신의 욕심과 주장을 내려놓고 교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정상적인 청빙 절차를 통해 새로운 목회 지도체제를 세우고 예배를 회복하며 상처 입은 성도들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것이 정상화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교회 합병이나 매각, 교회 건축 및 특정 후임자 청빙 등의 소문도 나오고 있는데.
“그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법원 결정 이후 당회는 교회의 적법한 행정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당회에서 교회 합병이나 매각, 건축, 특정 후임자 청빙 등에 대해 논의하거나 거론한 사실이 전혀 없을뿐더러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본다.
후임목사 청빙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돼야 하며 최종적인 선택에는 성도들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처럼 확산되는 것은 교회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법원이 시무장로 4인에 대한 공동의회 재신임 투표와 관련해 판단한 만큼, 이들을 배제한 당회 결의 역시 효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회는 지난해 재신임 문제와 별도로 지난 6월 2일 열린 임시당회에서 교회 정관 제2장 제14조에 따라 해당 장로들의 시무정지를 결의했다.(H 장로가 원로목사를 경찰에 고소 등) 이후 법원 결정으로 장로 신분이 회복됐지만, 당회가 결의한 시무정지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 당회의 입장이다.
따라서 해당 장로들을 제외하고 이뤄진 당회와 공동의회 결의가 당연히 무효가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양측 주보에도 이들이 시무장로로 기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부산영락교회 정관 제2장 제14조 (교인의 권리 제한) 3항 ”본 교회 정관에 따라 소송 중에 있는 원고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당회 결의로 교인의 권리를 유보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상처 입은 성도들과 부산지역 교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75년의 신앙 역사를 가진 부산영락교회가 더 이상 분열과 다툼의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적 판단도 필요하지만, 법원의 결정만으로 성도들의 상처까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모든 구성원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교회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하루속히 예배가 온전히 회복되고 상처 입은 성도들이 다시 한 공동체 안에서 손을 맞잡는 부산영락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