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교회 독립성·종교적 자유 본질 침해할 수 없어”…교단 분쟁에 중요한 판단
-수습전권위원장 교회 운영⦁인사⦁재정⦁대표권 행사도 금지
교단의 상급 치리회인 노회와 총회가 지교회를 지도·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더라도 교단 스스로 정한 헌법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사고교회로 지정하거나 수습전권위원을 파송해 지교회의 자치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지교회가 교단에 소속돼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교단과 독립된 단체이며 지교회의 독립성과 종교적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교단 헌법에 구속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이번 사건에 적용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은 향후 한국교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교회 지정과 수습전권위원 파송, 임시당회장 파송 등 상급 치리회의 지교회 개입 범위와 절차적 한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동희 부장판사)는 지난 8월 31일 부산영락교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부산노회와 백석총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 등 효력정지가처분’(2026카합100122) 사건에서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일부 각하했다.
“사고교회 지정·수습전권위원 파송 효력 정지”
재판부는 현재 진행 중인 본안소송인 ‘결의무효확인 사건’(2026가합1133)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부산노회가 지난 6월 7일 부산영락교회를 ‘사고교회’로 지정한 결의의 효력을 정지했다.
또 백석총회가 6월 11일 부산영락교회에 대해 내린 ‘수습전권위원 파송 결의’의 효력도 정지했다.
이에 따라 총회가 파송한 이00 수습전권위원장은 부산영락교회의 당회⦁공동의회 소집 및 진행을 비롯해 담임목사 청빙, 직원 인사, 재정집행, 대표자 명의 사용 등 교회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과 집행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교회 명의의 공문 발송과 계약 체결, 계좌⦁재산 처분 등 교회의 대표권 행사에 준하는 일체의 행위도 금지됐다.
법원이 주목한 핵심은 ‘절차’
이번 결정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법원이 교단의 지도⦁감독권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권한 역시 교단 헌법과 시행세칙이 정한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백석총회 헌법 시행세칙 제63조 제1항은 분규가 발생한 교회가 노회에 수습을 요청하면 노회가 수습전권위원회를 조직해 파송하고 노회에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총회가 수습위원을 파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산영락교회가 부산노회에 수습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부산노회가 총회에 수습전권위원회 파송을 요청했으며 총회 역시 수습전권위원장을 파송한 사실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시행세칙의 취지를 지교회의 자율권을 존중해 교회가 스스로 분쟁 수습을 요청하는 경우에 노회와 총회가 순차적으로 개입하도록 정한 절차로 해석했다.
“사고교회 지정 근거도 부족”
법원은 부산노회의 ‘사고교회 지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총회 시행세칙에는 ‘사고노회’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사고교회 지정’에 관한 별도의 규정은 없으며 사고노회에 관한 규정을 특별한 근거 없이 개별 지교회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특히 상급 치리회의 일반적인 지도⦁감독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교단이 스스로 마련한 절차적 규범을 무시한 지도⦁감독권 행사까지 무제한 허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권한 행사가 “지교회의 독립성이나 종교적 자유의 본질을 심각하게 침해하여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지교회 자율성, 상급단체로부터도 보호받아야”
이번 결정에서 한국교회가 특히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지교회의 종교적 자율권을 상급 치리회와의 관계에서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종교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자율성이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지교회의 종교적 자율성 역시 같은 교단의 상급 단체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러한 자율성은 헌법이 보장하는 지교회와 교인들의 종교활동의 자유⦁결사의 자유⦁재산권 행사의 자유와도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교단 내부의 결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순한 교리나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지교회의 자치권과 대표권, 재산권 등 구체적인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고교회 지정 및 수습전권위원 파송이 종교적 징계나 제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영락교회의 자치권을 제한하고 임시대표자를 정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임시당회장 관련 신청은 ‘각하’…패소 의미와 달라
한편, 법원은 부산노회의 ‘총회 수습전권위원회 파송 청원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과 총회의 ‘임시당회장 파송 결의’ 효력정지 신청, 박00 목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신청은 각각 각하했다.
그러나 이 부분의 ‘각하’를 해당 결의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단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노회의 수습전권위원 파송 청원은 그 자체로 부산영락교회에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어서 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박00 목사가 이미 임시당회장직에서 사임하고 총회가 이를 수리했기 때문에 임시당회장 파송 결의와 박 목사의 직무를 정지할 현존하는 대상 자체가 없어 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법원은 부산영락교회의 신청 가운데 실질적인 쟁점인 ▲사고교회 지정 결의와 ▲총회의 수습전권위원 파송 결의에 대해서는 효력을 정지하고 ▲수습전권위원장의 교회 운영에 관한 직무집행도 금지했다. 나머지 일부 신청은 절차적 이유로 각하했다.
교회 측 “결정문 허위 사실 유포 시 책임 묻겠다”
부산영락교회 당회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번 결정은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의 잠정적인 처분이고 본안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확정된 사실만을 근거로 교회의 회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당회는 이어 “결정문에 없는 내용이 법원의 판단인 것처럼 전파되는 사례가 있어 결정문 원문에 근거해 사실을 알리고 있다”며 “허위 사실 유포가 계속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에 던진 법적 메시지
이번 결정은 아직 가처분 단계의 판단으로 본안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확정적인 ‘판례’라고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법원의 판단은 한국교회 교단 정치와 지교회 분쟁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상급 치리회의 지도⦁감독권이 인정되더라도 그 권한은 교단 헌법과 시행세칙이 정한 절차 안에서 행사돼야 하며 이를 넘어 지교회의 독립성과 종교적 자율권의 본질을 침해할 수 없다는 점을 법원이 구체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교회 지정→수습전권위원 파송→교회 운영권 행사’로 이어지는 교단의 개입 과정에서 명확한 헌법적 근거와 적법한 절차가 요구된다는 점은 향후 다른 교단의 유사 분쟁에서도 중요한 판단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교회복음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