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와 장정상 재판절차 없는 직책⦁권리 제한 무효"
-항소심, 소송비용 피고 90%, 원고 10% 부담 하도록 해
원고 측이 사실상 핵심 쟁점에서 승소
-한국교회 교회 운영과 분쟁 해결의 새로운 기준 제시
부산고등법원이 해운대감리교회 당회 결의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에서 "당회 결의만으로 교인의 직책과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일부 결의를 무효로 확인했다.
교회의 자치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교단 헌법인 '교리와 장정'이 정한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은 권리 제한은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로써 향후 한국교회 교회 운영과 분쟁 해결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고등법원 제6-1민사부는 지난 7월 16일 해운대감리교회 비상대책위원장 K장로(원고)가 H담임목사(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당회결의무효확인의 소'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변경하고 일부 당회 결의를 무효로 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해운대감리교회가 2024년 12월 8일 당회에서 교회 정관안과 추가 결의사항을 의결한 데 대해 K장로가 "절차와 내용 모두 감리회 '교리와 장정'에 위배된다"며 무효 확인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1심 패소에서 2심 일부 승소…핵심 조항은 '무효'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문제 된 정관과 추가 결의가 교리와 장정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동일한 사안을 다시 심리한 결과, 핵심 조항에 명백한 실체적 하자가 존재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은 문제의 정관 제4항과 추가 결의사항 가운데 비대위 소속 장로와 교인들의 회의 참석권, 의결권, 직책 등을 제한하거나 기획위원회에 제재 권한을 위임한 조항은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반면 기획위원회 조직 구성, 비상대책위원회 명단 확정, 담임목사 해명 수용 등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결의에 대해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했다.
또한 소송비용 역시 1심에서는 원고가 전액 부담하도록 했지만, 항소심은 피고인 교회가 90%, 원고가 10%를 부담하도록 변경해 원고 측이 사실상 핵심 쟁점에서 승소했음을 보여줬다.
"재판 없이 권리 제한은 불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회의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교인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교단 헌법인 '교리와 장정'이 정한 절차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감리회 교리와 장정은 교인의 신분상 불이익을 줄 경우, 재판위원회의 심사와 재판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당회 결의만으로 교인의 직책과 권리를 제한하도록 한 것은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재판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당회 결의만으로 교인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는 경우는 교리와 장정이 명시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며 "직책과 권리 제한은 실질적으로 재판법상 '정직' 처분과 동일한 성격을 갖기 때문에 당회 결의만으로 부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교회 정관이 권리 제한 사유를 교리와 장정보다 확대 적용한 점도 위법하다고 봤다.
교리와 장정은 6개월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의무금을 봉헌하지 않은 경우에만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정관에서 3개월로 단축한 것은 상위 규범의 범위를 임의로 확장한 것으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교회 자치 인정하되 적법절차는 반드시 지켜야"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교회의 자치권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자치권 역시 교단 헌법과 적법절차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교회 내부 갈등 과정에서 당회나 공동의회 결의만으로 특정 교인의 직책을 정지시키거나 회의 참석권, 의결권 등을 제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판결은 '교회 자치'와 '교인의 권리 보호' 사이의 기준을 제시한 대표적 판례로 평가받고 있다.
교계 안팎에서는 향후 감리교뿐 아니라 다른 교단에서도 교회 정관이나 당회 결의가 교단 헌법보다 우선할 수 없으며 교인의 신분상 불이익은 반드시 교단 헌법이 정한 재판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이 유사 사건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고 측 "판결 확정 후 권리 회복 절차 추진"
한편, 원고 측은 이번 항소심 판결을 토대로 향후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원고 측이 공개한 대응 방안에 따르면 우선 피고 측의 대법원 상고 여부를 지켜본 뒤 상고가 제기될 경우, 최종심에 대비한 법률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다.
반대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그동안 제한됐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장로와 교인들의 회의 참석권, 의결권, 의안 제안권 등 권리 회복 절차를 추진하고 임원회와 당회 등 각종 회의에서 정상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정리할 방침이다.
또한 항소심 판결에 따라 교회가 부담하도록 결정된 소송비용에 대해서는 판결 확정 이후 법원을 통한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판결에서 무효로 확인된 결의를 근거로 이루어진 각종 권리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시정 요구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교회 운영과 관련한 추가적인 법적 대응 여부는 변호인과 협의해 우선순위와 법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러한 향후 대응 계획은 원고 측이 제시한 방안으로써 실제 진행 여부는 대법원 상고와 최종 판결 결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