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박남훈 목사의 비평
1. 손봉호 교수를 다시 생각하다
최근 한기총 회장 전광훈 목사의 폭탄 발언으로 한국교계 안팎이 떠들썩하다. 이런 와중에 필자는 내가 아는 좌파 유력 인사가 페이스북에 손봉호 교수가 2011년 2월 시사저널과 인터뷰했던 기사를 올린 내용을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http://www.sisapress.com).
그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좌파 인사가 지금 이 시점에서 그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린 의도를 깨닫고서 마음이 몹시 복잡해졌다.
그 좌파 인사가 이 시점에서 8년 전의 기사를 페이스북에 다시 올린 의도는 명확했다. 그 기사에서 손 교수는 “교회가 돈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과 너무나 어긋난다. 개신교 역사상 지금의 한국 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었다”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좌파 인사가 이 기사를 올린 의도는 무엇인가. ‘개신교 역사상 지금 한국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었다’고 보수 중의 보수인 고신교단에 속한 손 교수가 말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한기총 회장이라는 전광훈 목사의 발언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 이런 의도였던 것이다. 그 좌파 인사는 페이스북에서 손 교수를 침이 마르도록 존경하고 칭찬하면서 한기총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예 논의의 가치조차 없다는 태도였다. 손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올린 것 자체로, 그리고 그저 손 교수를 칭찬만 해도, 자연스럽게 한국교회는 저절로 ‘디스’가 되어버리는 논리를, 그 좌파 인사는 속으로 낄낄거리며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그에게 그런 기쁨을 준 손봉호 교수는 누구인가.
2.손봉호 교수는 좌파 진영의 수석 대변인?
‘개신교 역사상 지금의 한국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었다’는 손 교수의 담론에는 많은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회다’는 명제로 정리될 수 있는 그의 발언에서 먼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한국교회’라는 보편교회 개념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2011년 당시 한기총의 ‘돈 선거’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손 교수는 이 사건을 한국교회 일부의 문제로 파악하지 않고, ‘지금의 한국교회’라는 ‘보편 교회’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일부 교회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교회’라는 보편교회 개념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한국교회’라는 보편교회도 주님의 교회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손 교수는 이 부근에서 부분을 전체로 보는 오류를 의도적으로 범하고 있다. ‘존경받는 목사도 많지 않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손 교수는 이렇게 답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엉터리에 대한 미움이 더 크다. 그분들의 고결함이 도매급으로 상처를 입으니까 그렇다.” 여기서 그는 ‘엉터리’를 한국교회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엉터리’가 아닌 ‘그분들의 고결함’을 자신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원인으로만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어떻게 하든지 ‘한국교회’라는 보편교회를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회’로 정죄하기 위한 손 교수의 전략적이고 의도적인 난청 전략을 읽는다.
한국교회가 모두 다 손 교수가 지적하고 있는 ‘기복신앙’과 ‘매관매직’과 ‘성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한국교회가 ‘은혜 받고 구원받는 것만 강조하지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 일부 문제가 있는 교회들 외에는 손 교수가 말하는 그런 수준을 넘어서 있는 교회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윤리’라는 단어를 잠시 빌리자면, 비판에도 쓴 소리에도 ‘윤리’가 있어야 한다. 개신교에 속한 한 사람으로 필자는 그의 이 발언에 대해 한국교회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이를 철회하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
필자가 보기에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의 한국교회는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회다’라는 판단명제다. 지금의 한국교회의 적지 않는 부분들, 특히 목회자들이 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손 교수의 의도는 무엇인가. 무슨 근거로, 무슨 잣대로 이런 판단을 그는 하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필자가 근거나 잣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왜냐하면 손 교수의 입장에서는 ‘가장 타락한’이라는 최상급의 비판 수사학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한국교회는 가장 타락한 교회로 정죄되는 동시에, 비판 주체인 손 교수는 최상급의 의인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 땅은 한국교회를 공격하려는 좌파와 연합세력에 포위되어 있다. 이런 마당에 좌파에게 한국교회를 공격할 수 있는 최상급의 비판 프레임을 제공하고 있는 손 교수는 누구인가? 그는 개신교의 낙랑공주인가? 아니면 좌파 진영에서 똑똑하다고 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좌파 개신교 비판 전담 수석대변인인가? ‘미스터 쓴 소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손 교수의 이 발언은 단순한 쓴 소리가 아니다. 쓴 소리를 사랑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는 사랑이 없다. 그의 발언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대체한 ‘윤리’만이 존재한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를 처참하게 무너뜨리면 무너뜨릴수록 그만큼 더 자신이 의로워지는 21세기 바리새인이다.
3.한국교회를 위해, 다음 세대의 신자들을 위해 한국교회는 손 교수를 재평가해야 한다. 그는 한국교회의 윤리교사가 아니다. 바리새적 교회 파괴자다.
인터뷰 기사에서 ‘앞으로 한국교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손 교수는 이렇게 답변한다. “… 윤리적인 사람이 반드시 개신교인은 아니다. 하지만 개신교인은 반드시 윤리적이어야 한다. 또 하나 많이들 착각하는 것이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라’라는 말씀이다. 물론 나의 원수는 용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내 이웃의 원수를 용서할 권한은 없다. 오히려 분노해야 한다. 나의 원수와 내 이웃의 원수를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길지 않은 그의 말 속에는, 퍽이나 많은 논란거리들이 함축되어 있다. 손 교수를 지배하고 있는 ‘윤리’ 이데올로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의 ‘윤리’ 담론을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정리해야 하는지를, 필자는 손 교수의 저서들과 인터뷰 내용들을 정밀 분석함으로써,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심층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교회는 지금과 같은 교회와 좌파의 대립구도 속에서 좌파 쪽에서 교회를 마음껏 공격하고 조롱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하고 있는 손 교수의 행각과 발언을 엄중하게 재평가해야 한다. 그가 한국교회의 윤리교사인지 파괴자인지를 냉철하게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손 교수 같은 자기 의로 충만한 의인이 아니라, 이정훈 교수처럼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받은 죄인의 관점에서, 교회를 공격하는 자들의 문화전략과 정치논리를 분석하고 해체하면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영성과 지성을 갖춘 믿음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한국기독타임즈/교회복음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