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기 칼럼 / “집 지키라 했더니 주인행세”
■정선기 칼럼 / “집 지키라 했더니 주인행세”
  • 한국기독타임즈/교회복음신문
  • 승인 2021.02.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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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기시인/교회복음신문 주필/부산일보 논설주간/부산여대 겸임교수/동서대학교 객원교수/부산문인협회 부회장/blog.daum.net/jsunkey
▲정선기
시인/교회복음신문 주필/부산일보 논설주간/부산여대 겸임교수/동서대학교 객원교수/부산문인협회 부회장/blog.daum.net/jsunkey

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들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행세를 한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장을 '집지키는 개'에 비유한 것이다. 임 전 실장은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와 관련,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최 원장은 명백히 정치를 하고 있다""정보에 대한 편취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무지, 그리고 감사원 권한에 대한 남용을 무기 삼아 용감하게 정치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브레이크 고장 난 덤프트럭처럼 임 전 실장은 윤석열, 그리고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차라리 전광훈처럼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게 솔직한 태도가 아닐까"라고 비아냥댔다.

감사원장을 집 지키는 개로 보는 시각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옛말을 실감케 한다. 어쩌면 이렇게 좌파들은 하나같이 파렴치하고 무식한지 모르겠다. 최재형 감사원장이야말로 무너져가는 집의 대들보를 바로 세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세살이 하는 사람이 자기 주제를 망각한 채 마당에 있는 샘도 파묻어버리고, 전기도 싹둑 잘라버리고, 대들보도 갈아치우려는 수작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 정의감에 사로잡힌 나며지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그건 손 대면 안 됩니다. 집 주인에게 맡겨놔야지요라고 했더니, “네가 주인이냐? 시키는 일이나 할 일이지하며 역정을 부렸다. 감사원장은 집 지키는 개가 아니다. 더구나 문재인 정권은 집주인이 아니라 전세든 사람이다. 5년간 전세를 사는 사람이 집주인(국민) 모르게 집을 못 쓰게 망가트리면 어떡하겠다는 것인지, 책임감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짓거리다.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들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행세를 한다"고 한 임종석의 일갈(一喝)은 문재인 정권에 대입(代入)하면 딱 들어맞는 말이다. 마침 그 말 잘 했다. ‘똥 뀐 놈이 성낸다더니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다. 현재 문재인 정권이 쌓아가고 있는 적폐(積弊)가 쓰레기장에 넘쳐흘러 도시 한가운데까지 흘러넘치는 판국에 쓰레기의 온상(溫床)집을 빼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도 딴 소리를 하고 있다. 당장 집을 빼지 않으면 집주인이 나타나서 퇴거명령을 내릴 지도 모른다. 그런 위기일발일촉즉발의 상황인데도 상황판단이 전혀 안 되는 모양인지 달밤에 체조만 하고 있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때 국가의 주인이 누구냐 하는 논쟁인데 이 비상식적인 논란이 치졸하다. 정치인들의 수준이 미개(未開)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발단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원의 공익 감사 착수에서 비롯됐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지 감사를 시작하자 여권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감사원은 헌법 제 97조에 의거해 국가의 세입, 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감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목적으로 한 헌법기관이다. 감사원이 이 같은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헌법적 소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의 의식에는 감사원을 단지 집을 지키는 개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주인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충견으로 말이다. 이건 분명 위헌적 발상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일 때 국민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면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고 있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견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 어느 민주당 의원은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권력을 이기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우기는 수준 미달의 의원도 있었다.

대통령은 국가의 주인이 아니다. 선출된 권력이 마치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나 되는 것처럼 언동(言動)하는 것은 치명적인 착각이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인데 이른바 선출권력이라는 한 줌의 무리가 국민의 이름을 빙자하여 무소불위 권력의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좀비 같은 부류들이 그 짓거리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게 더욱 가증스럽고 역겹기만 하다.

맹자는 천자의 자리는 하늘이 준 것이요. 백성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백성은 정치적 객체일 뿐이다.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선출권력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사를 하거나 은폐하고 탈원전이 결정되는 게 바로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괴테에 따르면 지배자는 망치, 국민은 쇳덩이다. 망치가 아무리 달궈진 쇳덩이를 두드려도 그 쇳덩이가 금이 되지는 않는다. 금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국민만 죽을 맛이 되는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탈원전 감사가 문재인 정부에 엄청난 압박을 준 것은 사실이다. 난데없이 임종석이 나타나 주인행세를 한다고 엉덩이를 거둬 찼는가 하면, 재빠르게 대통령까지 나서서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탈원전이 북한원전건설로까지 번지면서 일파만파 시끄럽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원 감사 직전 북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문건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지난 20184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번지자 이적죄여적죄에 해당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5년 정권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갈아엎어 헌법을 찢어놓았고 정치를 질식시키고 경제를 추락시켰으며 안보를 위기에 빠트린 것은 전세권자가 집주인으로 착각한데 기인한다. 착각은 자유이지만 권력자가 착각에 빠진다면 국가와 국민은 고통의 길로 들어선다. 우리 국민은 선출권력에 의해 기만당해왔다. 생각(머리)도 없고 열정(가슴)도 없는 선출권력을 몰아내려면 국민이 깨어나야 하고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의식을 확고히 가질 때 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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