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현대종교 탁지원 소장(발행인)
지난 6월 11일부터 12일까지 여수 평강교회(이승룡 목사)에서 개최된 '한일기독교 연합 이단사이비대책세미나'에서는 일본 도쿄고등법원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대해 내린 '종교법인 해산명령 결정'이 집중 조명됐다. 이번 세미나는 국경을 초월해 확산되는 이단사이비 문제의 심각성을 재확인하고 피해자 보호와 건강한 신앙공동체 회복을 위한 한일 양국 교회의 연대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에는 일본 측 이단⦁컬트 전문가 15명과 한국 측 이단 전문가 31명이 참석해 양국의 이단·사이비 동향과 피해 실태, 대응 전략 등을 폭넓게 공유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최근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이 현실화되면서 해당 판결의 역사적 의미와 향후 과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일 양국의 이단대책 공조는 지난 2004년 일본기독교단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초청해 공동 대책회의를 가진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정기적으로 개최해 왔으며 코로나19로 인해 3년간 중단된 기간을 제외하면 20여 년 동안 꾸준히 이어지며 동아시아 이단사이비 대응의 대표적 협력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1강 강연에 나선 현대종교 탁지원 소장(발행인)은 ‘2026, 온⦁오프라인으로 진화하는 국내⦁외 이단의 포교전략과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국내 이단 신천지, 하나님의교회,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권신찬 유병언 계열, 대한예수교침례회 이요한 계열⦁박옥수 계열), 여수 엑스포 통해 날개를 단 통일교, 여호와증인, 안식교, 몰몬교와 주목해야 할 이단으로 전능신교(중국 이단, 일명 동방번개, 국내 수천 명 세력, 신천지보다 더 거칠고 집요한 전투적), JMS(정명석), 은혜로교회(예수님은 거짓말쟁이, 성령님은 여자 추정, 타작마당), 예수교연합성결회(이수진 목사) 등을 열거하며 이단의 동향을 소개했다.
이어 제2강 강사인 ‘일본그리스도교단 컬트문제연락회’ 간사 사이토 아츠시 목사는 '통일교 해산명령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며 일본 사법부가 통일교 해산을 결정한 배경과 앞으로 남겨진 과제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사이토 간사는 "이번 해산명령은 단순히 특정 종교단체에 대한 행정적 제재가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조직적 피해 구조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라며 "통일교 문제는 종교 논쟁의 차원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이자 인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단사이비 단체들이 종교의 외형을 내세우더라도 그 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경제적 착취, 가정 파괴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사회적 책임과 법적 검증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이토 아츠시 간사에 따르면, “‘일본그리스도교단 컬트문제연락회’는 1986년 '통일원리문제연락회'(2018년 '컬트문제연락회'로 개칭)가 조직된 이후 약 40년 동안 통일교로 인한 피해 실태를 조사하며 피해자 구제와 예방 활동을 지속해 왔다"며 "2026년 3월 4일 도쿄고등재판소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대해 종교법인 해산명령 결정을 내린 것은 오랫동안 피해자 구제를 위해 노력해 온 관계자들에게 숙원과도 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도쿄고법이 통일교에 대해 종교법인 해산명령을 결정한 이유와 앞으로의 과제를 함께 살펴보며 이해를 깊게 나누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서기 권상석 목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국 측을 대표해 통합측 이대위원장 김태수 목사, 일본 측을 대표해 일본그리스도교단 컬트문제연락회 간사 사이토 아츠시가 각각 인사를 했으며 양국 간 선물교환에 이어 여수노회 이대위원 소개, 韓日 참석자 소개가 있었다. 제1강 제2강 이후 상담소장 천세종 목사의 사회로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질의응답 및 토론회가 진행되며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세미나 둘째 날에는 예장통합 여수노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위원장 김영민 목사)가 21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단 척결을 위한 목요기도회'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단사이비 문제를 단순한 교리 논쟁이 아닌 영혼 구원과 교회 수호의 문제로 인식하며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먼저 교회의 거룩함과 영적 회복을 위해 회개하며 이단사이비 세력의 미혹과 활동이 중단되고 한국교회가 진리 위에 더욱 굳건히 세워지도록 간구했다. 특히 신천지, 안상홍증인회, 통일교, JMS, 구원파 등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들의 영향력이 소멸되고, 미혹된 영혼들이 가정과 교회 품으로 돌아오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또한 이단 피해 예방과 진리 수호를 위해 헌신하는 기독 언론과 방송, 상담소와 사역자들을 보호하시고 한국교회가 적극 협력하도록 기도했다.
아울러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사회적 논란이 있는 법안들에 대한 우려를 나누며 가정과 공동체의 건강한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도했다. 또한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 외국인들을 향한 복음 전파와 선교 사역이 더욱 활성화돼 이단이 아닌 복음의 진리가 전파되기를 간구했다.
참석자들은 여수 지역을 위해서도 기도하며 지역 교회의 부흥과 연합, 순교신앙의 계승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여수국가산단의 안전과 환경보전, 지속 가능한 지역개발, 시민과 공직자들의 책임 있는 행정을 위해 기도했으며 여순평화공원 유치를 통해 화합과 통합의 정신이 확산되기를 소망했다.
이 밖에도 여수시가 국제적인 해양⦁환경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오는 9월 개막 예정인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공 개최와 COP33(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를 위해서도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회 후 참석자들은 통일교가 여수 지역에 조성한 디오션리조트(호텔·콘도), 워터파크, 디오션컨트리클럽(골프장) 등 관련 시설들을 원거리에서 둘러보며 통일교의 지역 내 영향력 확대 실태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단·사이비 문제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과제"라며 "앞으로도 한일 교회가 긴밀히 협력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진리 수호를 위한 공동 대응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에 본지는 ‘일본그리스도교단 컬트문제연락회’ 간사인 사이토 아츠시 목사의 강연 내용을 지면에 옮겨봤다.
<본지 김성원 사장>
"과도한 헌금 강요가 해산명령의 결정적 이유"
사이토 간사는 무엇보다 일본 법원이 통일교 해산을 명령한 핵심 이유로 '과도한 헌금 강요'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26년 3월 4일 도쿄고등재판소는 통일교가 신분을 숨긴 채 접근해 "조상 때문에 재앙이 닥친다", "가문의 불행은 조상의 원한 때문"이라는 식으로 불안을 조성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거액의 헌금과 물품 구매를 요구해 왔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헌금 규모가 신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생계유지마저 어렵게 만들 정도로 과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사실상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사이토 간사는 "일본에서 통일교 문제의 본질은 교리 논쟁이 아니다"며 "과도한 헌금으로 인해 수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신자와 가족들의 경제적 자유가 침해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내 통일교 수입의 97% 이상은 신자들의 헌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간 헌금 규모는 약 500억 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최대 개신교 교단인 일본그리스도교단의 연간 예산 약 95억 엔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액은 '해외선교지원비' 명목으로 매년 한국에 송금해 왔으며 최소 50~60%가량이 한국으로 이전된 것으로 일본 법원은 파악했다.
"굶더라도 바쳐라"...헌금 강요 구조 드러나
강연에서는 문선명 씨가 일본 신자들에게 요구했던 헌금 사상이 소개되며 참석자들의 충격을 자아냈다.
사이토 간사에 따르면 통일교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빌려서라도 헌금해야 한다", "죽는 한이 있어도 만물복귀를 완수해야 한다", "생명과 전 재산을 바쳐야 한다", "무리하지 않고는 구원이 없다"는 식의 설교와 교육이 반복돼 왔다.
문선명 씨는 일본을 "세계를 먹여 살리는 어머니 국가"로 규정하며 일본 신자들이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세계 선교와 한국을 위해 헌금해야 한다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사이토 간사는 "일본 신자들은 교단이 제시한 비현실적인 헌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활비와 노후 자금은 물론 주택까지 처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일부는 대출과 차입까지 동원해 헌금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도쿄고법 역시 통일교 지도부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강요하면서 신자들의 불법적 헌금 모집 행위를 사실상 방치하거나 묵인했다고 판단했다.
"컴플라이언스 선언도 보여주기식"
통일교는 2009년 영감상법 문제로 강제수사를 받은 뒤 '컴플라이언스 선언'을 발표하며 법령 준수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일본 법원은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개혁이 아닌 외형적 대응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사이토 간사는 "교단은 조상해원과 고액 헌금 독려를 계속했으며 실제로는 불법행위가 중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는 컴플라이언스 선언 이후의 조치가 해산명령 청구와 민사소송 증가를 막기 위한 방어 전략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며 "교단의 본질적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헌금 수입을 유지하고 해외 송금을 지속하기 위한 목적이 계속 존재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3만5천 건 넘는 피해 상담... "빙산의 일각"
사이토 간사는 일본 사회가 통일교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로 막대한 피해 규모를 제시했다.
법원이 인정한 확정판결과 재판상 화해 사례만 보더라도 1973년부터 2016년까지 최소 506명이 약 74억 엔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는 실제 피해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본 변호사단의 설명이다.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1987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3만5,287건에 달하며, 피해액은 약 1,340억 엔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이토 간사는 "소송으로 확인된 금액은 전체 피해의 약 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다수 피해자들은 재산을 잃고도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피해가 수십 년간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번 해산명령은 매우 당연한 귀결"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이후 본격화된 일본 정부의 대응
통일교 해산명령으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는 2022년 7월 발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이었다.
사이토 아츠시 간사는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은 일본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하거나 방치해 온 통일교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중대한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피의자는 어머니가 통일교 신자였으며 막대한 헌금으로 인해 가정이 붕괴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통일교의 고액 헌금 문제와 정치권과의 관계, 피해자 구제 문제가 전국적 논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통일교 관련 단체인 국제승공연합 등이 오랫동안 반공주의를 매개로 일본 정치권 특히 자유민주당 일부 정치인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통일교 문제는 단순한 종교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대됐다.
사이토 간사는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든,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 이후 일본 정부가 통일교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며 “그 결과 종교법인 해산명령 청구와 법원의 결정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통일교는 사건 이후 사회적 비판을 의식해 헌금 수입 목표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쿄고법은 이를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외형적인 대응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여전히 불법행위의 근본 원인이 교단 구조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 다시 과도한 헌금 목표를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한학자 씨를 중심으로 한 통일교 지도부가 여전히 막대한 자금 헌납을 요구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도쿄고법은 통일교가 자발적으로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종교법인 해산 외에는 피해를 막을 유효한 수단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배상, 해산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
사이토 간사는 통일교 해산명령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 피해자 배상 문제를 꼽았다.
통일교에 대한 종교법인 해산명령이 내려지면서 교단이 보유한 재산은 동결됐고 현재 청산인인 변호사를 중심으로 청산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강연에 따르면, 통일교의 2024회계연도 말 기준 총자산은 약 1,040억 엔이며, 이 가운데 예금과 현금성 자산은 약 668억 엔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산인은 금융기관 계좌 거래를 정지·동결하는 조치를 통해 최소 약 400억 엔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통일교가 소유한 약 200건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순차적인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재산은 고액 헌금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전 신자와 가족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피해 신고와 채권 신고 접수는 2026년 5월 20일부터 시작됐으며, 신고 내용이 법적으로 인정될 경우 동결·보전된 자산에서 변제 또는 환급이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설 수 있느냐에 있다.
사이토 간사는 “피해 신고 기간은 1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신고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자신의 정보가 통일교 측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전 신자와 현역 신자들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통일교 피해자들 가운데는 오랜 세월 교단의 압박과 가족 갈등, 사회적 낙인에 시달려 온 이들이 많다. 이들은 피해를 입고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거나 소송에 나서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법률적⦁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위장단체 ‘천지정교’ 논란… “사실상 후계 조직 우려”
세미나에서는 통일교 해산 이후 남은 재산이 어디로 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사이토 간사는 통일교가 2009년 교단 규칙을 통해 잔여재산 귀속처를 홋카이도 오비히로시에 있는 종교법인 ‘천지정교’로 정해 놓았다고 밝혔다.
천지정교는 표면적으로는 ‘미륵보살을 본존으로 하여 교리를 전파한다’고 설명하는 불교계 성격의 종교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설립 초기부터 통일교와의 관련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통일교가 해산 이후 재산 귀속처로 이 단체를 지정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통일교의 위장단체 또는 후계단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이토 간사는 “통일교가 해산된 이후에도 천지정교를 통해 법적으로 보호받는 종교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일교 측은 천지정교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의 이념에 공감하는 우호단체일 뿐 인사 교류 등의 관계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또 2009년 재산 귀속처 지정에 대해서도 “구체적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경위를 알 수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본 내 피해자 지원 변호사들은 이러한 해명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잔여재산이 천지정교로 넘어갈 경우, 피해자 구제에 사용돼야 할 재산이 사실상 통일교 관련 활동에 다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국통일교피해대책변호단 관계자들도 “통일교 해산 이후 활동이 천지정교로 승계될 경우, 종교법인이 누리는 세제 혜택을 계속 받으면서 통일교가 사실상 존속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청산 절차가 끝난 뒤 새롭게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나타날 경우, 이미 재산이 다른 단체로 이전된 뒤에는 구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이토 간사는 “확보된 재산이 가능한 한 많이 피해자들에게 반환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피해자 구제가 마무리되기 전 통일교 재산이 다른 방식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의 자유’ 앞세운 통일교의 반격
통일교는 일본 법원의 해산명령 이후 ‘종교의 자유 침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이토 간사는 “통일교는 종교법인으로서는 해산명령을 받았지만, 종교단체로서의 신앙 활동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본 헌법 제20조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 통일교 신자들이 신앙을 유지하거나 모임을 갖는 것 자체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종교법인 해산명령으로 인해 통일교는 그동안 누려왔던 법적 지위와 세제 혜택, 부동산 등 막대한 재산 기반을 상실하게 됐다. 이로 인해 과거와 같은 규모의 조직적 활동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통일교는 바로 이 지점을 들어 자신들이 일본 정부와 법조계, 종교계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의 종교 탄압 사례까지 거론하며 일본에서도 유사한 종교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국내외에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반공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보수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입장을 호소하고 이를 통해 일본 정부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토 간사는 통일교가 일본 사회의 역사적 기억과 종교 자유에 대한 민감성을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과거 1925년 제정된 치안유지법 아래에서 국가 정책에 반하는 사상과 단체를 강하게 탄압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회 역시 국가권력의 통제를 경험했다. 패전 이후 일본 사회는 다시는 그러한 악법과 탄압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성 위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특히 종교의 자유를 중요하게 지켜왔다.
통일교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감수성을 이용해 “종교의 자유를 지키자”는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여러 교회에서는 통일교 신자들이 예배에 참석해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종교의 자유 문제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요청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사이토 간사는 “종교의 자유는 결코 타인의 권리와 행복을 침해할 자유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일본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공공의 복리를 전제로 한다. 즉 종교활동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타인의 재산권과 가족관계, 정신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해산명령 역시 통일교 신앙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와 공공복리 침해를 반복해 온 단체에 대해 종교법인으로서의 특권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사이토 간사는 “통일교가 말하는 종교의 자유 주장은 본질을 흐리는 궤변”이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종교 자유를 해석해 동정과 공감을 얻으려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통일교 문제는 종교 문제 넘어 사회문제”
강연 말미에서 사이토 간사는 통일교 문제가 단순히 이단적 교리를 가진 종교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질서와 헌법적 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회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통일교 문제는 오랫동안 신자 개인과 가족의 고통으로만 남겨져 왔지만, 이번 해산명령을 통해 일본 사회 전체가 책임 있게 다뤄야 할 문제임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이토 간사는 한국에서도 한학자 씨가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된 사건을 언급하며 통일교 문제가 한국에서도 종교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교 문제는 일본과 한국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양국이 피해 사례와 대응 정보를 공유하고, 법률⦁종교⦁시민사회 차원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한일기독교 연합 이단사이비대책세미나는 통일교를 비롯한 이단사이비 문제에 대해 양국 교회가 공동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통일교 문제가 단순한 교리 논쟁에 머물지 않고 신자와 가족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일본 법원의 통일교 해산명령은 한국교회에도 중요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기만 포교, 과도한 헌금 강요, 정치권 접근, 위장단체 운영, 피해자 침묵 강요 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한일 양국 이단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통일교를 비롯한 이단·사이비 단체들의 동향을 면밀히 공유하고 피해자 보호와 예방 교육, 법적 대응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사이토 간사는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를 위해 지금까지의 대응 노력을 결코 늦춰서는 안 된다”며 “한국과 일본 교회가 더 깊이 연대해 통일교 문제에 함께 대응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통일교 해산명령이라는 일본 사회의 중대한 변화를 계기로 한국교회 역시 이단사이비 문제를 단순한 교리적 경계 차원을 넘어 사회적 피해 예방과 공공성 회복의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