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무시하고 정치로 풀면 안 돼
부산과 교단을 대표해 온 백양로교회가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면중앙교회 합병안 공동의회 부결’ 이후 지난 2024년 3월 31일 담임목사로 부임한 정00 목사가 ‘허위 이력서 제출’(부목사 기간, 교단 허위, 담임목사 허위), ‘캐나다 국적 문제’(사모), ‘부적격 이명서 제출’ 등의 의혹으로 노회에 고발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노회 기소위원회가 수차례 조사 끝에 정 목사를 정식 기소(기소위 만장일치)한 기소장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제출된 이력서와 각종 증빙서류에 허위 또는 은폐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선 기소위는 ①피고인이 목사 안수를 받은 시점은 지난 2004년 4월 20일임에도, 제출한 이력서에는 “2000년 10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휘경교회 부목사로 사역했다”고 기재해 안수 이전 전도사 사역 기간까지 부목사 경력으로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②캐나다장로교(PCC) 소속 교회에서 약 3년 2개월간 적법한 이명 절차 없이 시무한 사실을 청빙 과정에서 밝히지 않았으며, ③해당 교회를 KPCA(해외한인장로회) 소속인 것처럼 기재하고 ④실제 직분이 설교목사였음에도 담임목사로 허위 기재했다고 적시했다.
기소위는 “교회 홈페이지에 관련 허위 내용이 게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소위는 ⑤피고인이 캐나다 KW한인장로교회 재직 당시 이미 교회 장로들에 의해 ‘설교목사 해임청원서’가 노회에 제출돼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백양로교회 청빙 심사 과정에서는 이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노회의 조사 결과 보고를 하루 앞둔 ⑥지난 2024년 2월 12일 돌연 사임서를 제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기망 행위”라고 규정했다.
본지가 입수한 캐나다 한카동부노회 측의 KW한인장로교회 정 목사 관련 질의답변 회신 공문에 따르면, 해당 문서에는 정 목사에 대해 “설교목사 사임 처리”라고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⑦배우자의 국적 문제와 관련한 의혹도 기소 내용에 포함됐다.
기소위는 청빙 공고에 명시된 ‘부부 모두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 요건과 관련해, 피고인이 배우자의 국적 상실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정상적인 주민등록등본 대신 ‘거주불명자’ 처리된 비정상적인 등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기소위는 이 과정이 노회의 인준 판단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⑧피고인이 직전 3년 2개월간 PCC(캐나다장로교) 소속 교회에서 시무했음에도 불법 무이명 상태를 감추기 위해 아무 사역도 하지 않은 원소속 교단인 KPCA(해외한인장로회) 명의의 이명서를 노회에 제출함으로써 노회의 적격성 심사를 오도했다고 기소장에 명시했다.
기소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교단 헌법정치28조(목사의 청빙과 연임청원) 및 29조(청빙의 승인) 신의성실 및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청빙과 노회승인을 취득한 행위와 또 헌법시행규정 제10조(타교단 교인 및 직원의 이명접수) 및 제23조(다른 교단 목사 청빙) 준용
적법한 이명 절차 위반 및 타교단 목사 청빙에 요구되는 엄격한 규정 등을 적용 규정으로 제시하며 “신의성실 및 고지 의무를 위반한 채 부당한 방법으로 청빙과 노회 승인을 취득했다”는 점과 함께 “타 교단 목사 청빙과 이명 절차에 요구되는 엄격한 규정을 기망했다”고 적시했다.
백양로교회 담임목사 청빙과 관련해 기소위원장이 한 차례 교체되는 등 기소위 만장일치 기소 의견으로 기소가 이뤄졌다.
기소위 관계자는 “당회 차원에서 문제가 원만히 마무리되기를 기대했지만, 노회에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기소위 역시 총회 헌법과 규정에 따라 고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면밀히 검토한 끝에 기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기소 사건은 백양로교회 담임목사 청빙의 적법성과 도덕성 문제를 둘러싸고 교계 안팎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향후 노회 재판국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백양로교회 청빙위원회는 지난 2023년 8월 21일자 ‘제5대 담임목사 청빙 공고’ 신문 광고를 통해 지원 자격으로 “목회 경력 7년 이상, 기혼자인 경우 대한민국 국적(본인 및 배우자 포함) 소지자로서 교단법 및 사회법에 무흠한 목사”라고 명시했다.
특히 제출 서류(1차 서류) 항목에 “주민등록등본 최근 1개월 이내 발급본”을 명시하면서 “제출된 서류가 사실과 다를 경우 최종 결정 이후에도 청빙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안내한 바 있다.
한때 부산 교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교회로 평가받아 온 백양로교회가 담임목사 자격과 도덕성 논란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휘말리면서, 향후 노회 재판국의 판단과 교회 내부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당회 차원의 합의와 조율로 충분히 풀 수 있었음에도 찬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결국 시무장로가 노회에 직접 고발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기소와 재판절차까지 진행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빙 직전 제보 메일 묵살 논란
백양로교회는 40년 만에 부산에서 총회장을 배출하는 큰 경사를 맞았던 교회다. 당시 김태영 목사가 총회장에 오르며 교회 안팎의 기대가 컸고, 이후 새로운 담임목사 청빙을 위해 장로·안수집사·권사 등으로 청빙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자체적인 검증보다는 외부 기관에 상당 부분 의존하면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청빙을 불과 이틀 앞둔 2024년 3월 29일, 캐나다의 KW한인교회 모 장로가 정 목사와 관련한 주요 문제점을 담은 제보 메일을 교회 측에 발송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메일은 10명의 시무장로들을 수신자로 발송됐으며 청빙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모 장로가 이메일을 최초로 전달받은 후 정 목사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이를 다른 수신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객관적인 검증 기회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비판과 함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이 메일은 청빙 이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뒤에도 공유되지 않다가 무려 20개월이 지나서야 당사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E메일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에 거주하는 정 목사 사모가 청빙 공고 3일 후 이메일을 통해 청빙 조건과 관련한 문의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모는 메일에서 “청빙 조건을 보면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본인 및 배우자 포함)로서 교단법 및 사회법에 무흠한 목사(해외 목회자도 가능함)라고 되어 있는데, 해외에 오래 거주해 목회자는 한국 국적이지만 아내의 국적이 외국인 경우, 지원이 가능한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백양로교회 청빙위원회 누군가가 보낸 답변 메일에서 “목회자 국적은 반드시 대한민국 국적이어야 하지만 사모의 경우는 제한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사모로서 목회를 내조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답변은 당초 청빙 공고에 명시된 “본인 및 배우자 포함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라는 조건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청빙 공고를 무시한 채 개인적인 판단과 주관으로 답변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이메일 답변자에 대한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청빙위원회 E메일의 생성과 운영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관계자들의 제보를 통해 제기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본지 김성원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