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21세기포럼(이사장 이성만 장로) 제57차 정례포럼이 지난 4월 28일(화) 정오 부산 서면 롯데호텔 41층 에메랄드홀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한국교회 신뢰회복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서울영락교회 김운성 위임목사를 강사로 초청해 진행됐다.
이현희 이사(영남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의 사회로 시작된 포럼은 강사 소개, 천병석 부산장신대학교 총장의 개회기도, 김운성 목사의 주제발표, 오찬과 질의응답 순으로 이어졌다.
김운성 목사는 강연에서 한국교회가 오늘의 위기 앞에서 다시 회복해야 할 본질은 “정직한 삶, 세상을 향한 헌신, 그리고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먼저 한국 근대교육사에서 기독교 학교가 감당해 온 역할을 언급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이 땅에 들어온 이후 근대교육의 상당 부분은 교회와 기독교 사학이 감당해 왔다”며 “한 교회가 한 학교를 세우자는 정신 아래 수많은 기독교 학교가 세워졌고, 해방 이후에도 국가가 미처 감당하지 못한 교육의 큰 몫을 사학이 맡아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등학교는 대부분 국공립화됐지만, 중·고등학교와 대학으로 올라갈수록 아직도 사립의 비중이 높고 그 사립학교의 상당수는 종교계, 특히 개신교가 세운 학교들”이라며 “이 학교들의 건학이념은 하나님 안에서 국가와 사회를 섬길 인재를 기르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목사는 최근 사학의 자율성과 건학이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 기독교 사학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개방이사 확대 논의, 교사 임용의 교육청 위탁 제도 등은 미션스쿨의 본질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영락교회가 운영하는 초·중·고 8개 학교의 사례를 들며 “기독교 학교가 교사를 뽑을 때 교육청이 3배수 또는 5배수 명단을 보내면 그 안에서 임용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며 “그 명단 안에 기독교인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고, 학교의 신앙교육과 건학이념을 함께할 수 없는 이들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사립학교 교사는 한 번 임용되면 정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많은 기독교 사학이 정규교사를 뽑지 못하고 기간제 교사로 버티는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독교 사학들이 연대하게 됐다고도 소개했다.
김 목사는 “한국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기독교 학교 법인들이 함께 모이는 연합체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며 “그 결과 ‘기독교사학미션네트워크’를 조직해 교육청에 법인 등록을 하고 대학 법인들과 함께 정부와 국회, 교육 관계자들을 만나며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기독교 사학 문제와 함께 학생인권조례, 포괄적 차별금지법, 민법 일부개정안 등 사회적·입법적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헌법 질서와 신앙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교회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교회만의 언어가 아니라 일반 시민도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학부모들이 잘 모르는 사이 학교 교육 현장 안에 성적 지향과 젠더 이슈가 들어오고 있다”며 “자녀의 변화 앞에서 충격을 받고 행동에 나선 한 어머니의 사례는 오늘 한국교회가 얼마나 깨어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는 이미 장애인, 여성, 학벌, 지역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들이 존재한다”며 “문제는 ‘포괄적’이라는 이름 아래 성적 지향과 젠더 개념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다수는 법의 이름만 듣고 좋은 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내용을 알게 되면 찬성률이 크게 떨어진다”며 “교회는 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분명한 언어와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법 일부개정안에 대해서는 “일부 종교단체의 문제를 계기로 비영리법인 해산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런 법은 결국 종교법인뿐 아니라 문화·예술·언론·교육단체 등 다양한 비영리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이단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가 권력이 법으로 특정 집단의 존재 자체를 해산하는 방식에 박수칠 수는 없다”며 “싸움은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자유의 토대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씨앗은 처음부터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기독교 신뢰도가 낮아질수록 교회가 사회 현안에 대해 말해도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시민들이 ‘또 교회가 자기들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받아들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한국교회는 시민 전체를 끌어안을 수 있는 공공의 언어와 삶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뢰회복의 첫 번째 모델로 다니엘을 제시했다.
김 목사는 다니엘서 6장 4절을 인용하며 “다니엘은 국사에 대해 고발할 근거를 찾으려 해도 아무 허물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며 “오늘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첫 번째 신뢰는 바로 이 정직함과 깨끗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교회 활동 속에서도 거짓과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 한국교회가 왜 신뢰를 잃었는지 알 수 있다”며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장과 가정, 사회 속에서 다니엘처럼 흠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목사는 한 성도의 사례도 소개했다. 한 중소기업인이 큰 거래를 앞두고 상대 회사 대표와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대화 중 자신이 교회 집사라는 사실을 말하자 상대가 거래를 중단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유는 상대 대표가 과거 기독교인에게 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목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목사로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한 사람의 잘못된 삶이 다른 성도의 길까지 막고 교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 지도자와 성도들은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며 “목회자가 클러지 셔츠를 입고 다닐 때 자세 하나 말 한마디를 조심하게 되듯 성도들도 세상 속에서 ‘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거룩한 부담을 품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김 목사는 “세상과 다름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니엘이 바벨론의 영재교육을 받으면서도 왕의 음식으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기로 결심한 장면을 언급하며 “신뢰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믿음의 본질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세상이 교회에 손을 내밀며 ‘우리처럼 하면 인정해 주겠다’고 할 때 그것이 정의롭고 선한 일이라면 기쁘게 협력해야 한다”며 “그러나 부정한 일, 악한 일,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복음의 진리를 훼손하는 일이라면 신뢰도가 떨어지고 비난을 받더라도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종교다원주의와 세상의 가치에 무분별하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며 “구원에 있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외에는 없다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는 사회적 봉사와 헌신을 신뢰회복의 중요한 길로 제시했다.
김 목사는 요셉과 다니엘을 예로 들며 “요셉은 애굽의 총리로서 7년 풍년과 7년 흉년에 대비하며 국가와 백성을 위해 헌신했고, 다니엘 역시 바벨론과 페르시아 제국 속에서 공적 책임을 성실히 감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산 시민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공익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며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어렵고 험한 일들을 교회가 감당할 때 세상은 교회를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초대교회의 나눔과 헌신도 언급했다. 그는 “로마에 흉년이 들었을 때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먹을 것을 나누고 혼자 먹을 것을 함께 먹으며 굶어 죽는 이가 없도록 했다”며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도 많은 이들이 가족을 버리고 도망갔지만, 기독교인들은 병든 자와 죽은 자의 곁을 지키며 기도하고 장례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어 “초대교회의 이런 헌신은 기독교를 존귀하게 만든 중요한 이유였다”며 “오늘 한국교회도 말이 아니라 사랑과 섬김의 삶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교회는 땅의 나라에 살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권력과 교회의 관계에 대해 “교회는 권력에 너무 가까이 가서도 안 되고 무조건 적대해서도 안 된다”며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자세로 신앙 고백적 입장에서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세 교회가 힘을 잃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권력과의 유착이었다”며 “교회가 정치적 이익을 나누거나 특정 권력에 엎드리는 순간 복음의 권위는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김 목사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의 도성’을 언급하며 “땅의 나라는 자기 사랑의 원리로 움직이지만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 사랑의 원리로 움직인다”며 “그리스도인은 땅의 시민권을 갖고 살지만 궁극적인 시민권은 하늘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도 바울의 고백을 들어 “바울은 로마 시민권자였지만 그것에 기대어 살지 않았고, 자신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선언했다”며 “다니엘 역시 바벨론의 총리였지만 바벨론 권력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은 앞으로 더 깊어질 수 있다”며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어도 교회는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 위에서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치적 갈등과 교회의 현실을 언급하며 “교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예배와 복음의 본질이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분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다니엘처럼 기도해야 한다”며 “권력의 틈새, 우상숭배의 시대, 신앙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하루 세 번 기도했던 다니엘의 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영적 싸움이 점점 첨예해지는 시대에 한국교회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직한 삶, 세상을 향한 헌신, 복음의 정체성, 하나님 나라 백성이라는 분명한 자의식을 회복해야 한다”며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하나님이 승리하시기에 교회에는 언제나 소망이 있다”고 전했다.
강연 후 참석자들은 오찬을 함께 나누며 한국교회의 신뢰회복과 다음세대, 기독교 사학,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이날 포럼은 한국교회가 사회적 위기와 신뢰도 하락이라는 현실 앞에서 다시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한 자리로 평가됐다
김다솜 기자cgn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