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헌법과 교회법의 자율성과 존중을 전제로 하면서도, 징계사유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교회 및 노회의 징계에 대해 법원이 명확한 제동을 걸었다.
담임목사에 대한 사회법 고소 및 이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제명처분과 정직 5개월의 징계를 받고, 노회로부터 면직처분을 받았던 교인과 장로들에 대해 법원이 “각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2-2 민사부(재판장 오승준 판사)는 최근, 해당 교인 및 장로들(원고)이 노회(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제명 등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아울러 피고 노회는 원고인 J집사에게 300만 원, J장로 2인에게 각각 2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유죄 확정된 범죄 고소, 징계 사유 될 수 없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담임목사는 사회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해당 판결은 이미 확정됐다”고 전제한 뒤, “원고들이 제기한 고소 내용은 허위가 아니라 사실에 부합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담임목사를 고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제명⦁면직 등 중징계를 가하는 것은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교회와 노회가 내린 징계 처분에 대해 실체적 징계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종교단체의 권징재판이라 하더라도, 소정의 절차를 위반하거나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법원이 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원고들에게 제명처분이나 면직처분에 이를 정도의 정당한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별도의 증거 또한 제출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징계 전 과정에 ‘절차적 하자’… 상소권 침해도 인정
재판부는 징계의 실체뿐 아니라, 징계 과정 전반에 걸친 절차적 하자도 지적했다.
교회법상 징계가 유효하려면 △징계사유의 명확성 △증거의 객관성 △적법한 절차가 전제돼야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판결에 앞서 원고 J집사는 “담임목사의 범죄사실을 눈감아주지 않고 형사 고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제명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또 “피고들의 판결에 대해 상소장을 접수하려 했으나, 노회가 이를 거부해 상소권이 침해됐다”며 절차상 중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면직처분을 받은 장로 2인 역시 “노회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면직처분을 한 것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환장 통지 및 송달 방법 위반 △궐석 재판 시 필수적 변호인 미선임 △기소위원의 재판 참여 △총회 안건에 대한 구체적 적시 부재 등 다수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으며, 이 같은 주장들은 재판부로부터 상당 부분 인정받았다.
불법 대출·업무상 배임… 담임목사는 이미 유죄 확정
한편, 이 사건의 발단이 된 K 담임목사의 범죄사실은 이미 형사재판을 통해 확정된 사안이다.
기장로교회 담임목사는 교회의 당회, 제직회, 공동의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채권최고액 5억4천만 원으로 교회 소유 토지와 건물, 지상권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새마을금고로부터 4억5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해당 대출금은 K목사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로 송금했으며, 이 중 2억5천만 원은 개인 커피 사업 투자금으로 사용됐다. 또 1억3천만 원은 K목사 명의 4개 계좌로 분산 송금됐고, 600만 원은 현금 출금 사용, 5천만 원은 개인 채무 변제에, 1천230만 원은 K목사 배우자 계좌로 송금돼 생활비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부산지법동부지원(단독 이재찬 판사)은 해당 담임목사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목회자로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면서도,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한 점,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해가 복구된 점 등을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K목사가 교회를 사임하지 않고 1년째 자리를 지키면서 교세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죄 목사는 징계 완화,
고소인은 제명·면직… 법원이 바로잡아
지난해 5월, 담임목사의 불법 대출에 따른 고소장이 노회에 접수되자, 시찰회⦁임원회⦁정치부를 거쳐 재판국이 설치됐고, 그 결과 담임목사에게는 강대권 정지 3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반면, 사회법 고소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장로 2명에게는 정직 5개월, 고소 당사자인 집사 1명에게는 교회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사회법에 고소했다는 이유로 제명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시벌을 받은 이들은 “노회가 법원의 판결로 형이 확정된 자는 감싸면서, 교회를 담보로 불법 대출을 일으켜 개인적으로 사용한 행위를 지적하고 고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제명⦁면직한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며 ‘제명 등 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었다.
“교회 징계도 사회법 질서 벗어날 수 없다”
교회 내부의 징계라 하더라도 사회법 질서와 정의 관념, 그리고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번 판결은 교회 권징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징계 역시 사회법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자의적이거나 보복적인 징계의 남용을 경계하는 중요한 사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원은 교회 내부 문제라 하더라도 그 내용과 절차가 사회적 정의와 법질서에 반할 경우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는 교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그 자율성이 무제한적일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편 1심 선고 이후, 노회가 원고들의 지위 회복을 어떻게 이행할지와 함께 불법 대출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기장로교회 K목사에 대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됐으나, 노회는 항소 마감일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이번 사안은 상급심 판단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교회 징계의 정당성과 사회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앙인의 한사람으로 계속 지켜보고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