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구가 만난 사람/서양화가 조영해 편-교회복음신문
■ 김길구가 만난 사람/서양화가 조영해 편-교회복음신문
  • 교회복음신문/한국기독타임즈
  • 승인 2021.04.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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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신앙을 그리다
서양화가 조영해미술교사(선친) 집안에서 자라 1985년 영남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서양화가의 길을 걷고 있다.
▲조영해 작가는 미술교사(선친) 집안에서 자라 1985년 영남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서양화가의 길을 걷고 있다.

죽어 썩은 것 같던

매화의 옛 등걸에

승리의 화관(花冠)인 듯

꽃이 눈부시다.


구상시인의 부활송의 첫 소절이다.

완연한 봄이다. 봄의 전령사인 매화에 이은 벚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화사한 자태로 부활의 계절을 축하하고 있다. 이럴 때면 오래전 서울 도심 한가운데 나지막하게 자리 잡은 명동성당의 언덕을 거닐던 기억이 떠오른다.

수염이 허연 구상 시인과 당대의 문학인들이 모여 부활절을 기념하는 시낭송회와 회화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하던 모습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내가 조영해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우리 마을에 예배만 있고, 축제가 없는 부활절을 기념하여 시민공원을 중심으로 지역민과 함께하는 기독교문화축제를 만들어 볼 수 없을까? 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다. 이 논의는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단 논의 자체가 연기되었지만그녀는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화가라고 어떤 정형화된 스타일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선 자기 세계를 고집하는 장인의 이미지? 하고는 다른 활달함 때문이었다. 부활을 주제로 한 100호 짜리 성화를 공동으로 제작하여 전시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그의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부활주일, 이번 호에는 선친이 미술교사 집안에서 자라 1985년 영남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서양화가의 길을 가고 있는 조영해 작가와 함께 기독교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초대교회의 카타콤 벽화

이번 주가 부활절 특집호인데 조 작가가 우선 떠올랐어요.”

왜죠?” “저번 행사 때 자기소개서에 카타콤의 성화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요. 부활절에 어울리는 주제가 아닐까요 해서죠? 동굴 속에서 고난을 견디며 마침내 얻은 자유함! 그리고 조 작가가 그린 부활이란 100호짜리 그림도 부활절에 어울릴 것 같아서죠?”

카타콤베라 불리는 지하묘지는 기독교 박해 때 일부 교인들의 은신처 역할은 할 수 있었겠으나 공간 크기로 봐서

▲부활(=여명) 162×130×15㎝Oil. 2018작
▲부활(=여명) 162×130×15㎝Oil. 2018작

다수의 교인들이 모인 기도처라는 견해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기는 해요. 지금은 관광 상품화되었지만, 로마 시내에도 6곳을 비롯해 지중해 지역에서는 지하묘지가 있는데, 그중 제일 많이 알려진 작품은 AD 3세기 것으로 로마의 프리스킬라 지하 묘굴의 벽화로 그려진 <타오르는 불길 속의 세 사람>이란 작품이지요. 서양미술사의 교과서라 불리는 콤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수록된 작품을 보면 다니엘서 3장에 나오는 바벨론 느부갓네살의 명을 어긴 다니엘과 친구 2명이 불가마에 던져졌으나 머리카락 하나 타지 않고 하나님께서 구해주셨다는 성경의 장면을 묘사한 벽화인데, 하나님의 구원을 상징하는 비둘기와 페르시아 옷을 입은 남자 3, 불길 외에 메시지와 무관한 것은 모두 뺀 단순하고 소박한 작품이예요. 초대교회가 처한 불같은 시험과 그것을 이겨내려는 강한 의지를 담았어요. 그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누리는 종교적 자유도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기에 숙연해집니다. 너무 편하게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그에게 미술이란 무엇일까?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술처럼 아는 만큼 보이는 분야도 드물지 않을까? 그에게 미술은 어떤 의미일까? “미술은 나의 호흡이고, 나의 시작이죠. 나의 창작은 나에게 길들인 나의 창작은 또한 나를 길들이게 하니까요.” 그의 미술 소재는 다양하다. “한 소재만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그리지는 않아요.”

그는 대표작으로 부활(=여명) 162×130×15Oil. 2018작과 시내산(한지에 채색, 가루분사)을 뽑았다. 그가 좋아하는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라고 했다. 고흐의 작품은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며, 그러나 그의 치열성영원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고흐의 높은 자존심을 닮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미술치료사이기도 하다. 지난 세기 저명한 영성가 중에 하나인 헨리나우웬은 예일대학교 교수시절 고흐의 작품을 바라보며 보낸 그 많은 시간과 편지를 통해 자신의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놀라운 회복과 갱신을 경험했노라고 술회한 바 있다. “미술은 과연 치유의 효과가 있을까?”


미술치료에 관하여

성경에 보면 다윗이 악기를 통하여 사울왕에게 음악치료를 해주는 장면이 나오지요. 이처럼 미술치료는 미술활동을 통해 감정이나 내면세계를 표현하여 마음의 평안과 감정의 정화를 경험케 함으로써 자아 성장을 촉진하는 치료법으로 효과가 있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1990년대로 서양에 비해 늦었으나 이제는 점차 대중화 되고 있는 추세로, 예술과 심리학을 혼합시킨 분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한다. 말로써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기 힘든 아동에게 더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성인과 노인도 가능하다는 그는 때로는 많은 말로도 속마음을 못 읽을 때가 있어요. 이럴 때 그림을 통하면 마음을 쉽게 드러낼 수가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림은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시내산(한지에 채색, 가루분사)
▲시내산(한지에 채색, 가루분사)

기독교문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마코토 후지무라가 지은 컬처 케어을 읽었는데,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공감 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하나님은 아름다움의 원천으로, 우리가 공유하는 공동의 문화는 빼앗아야 할 영토가 아니라 함께 가꾸어야 할 정원이기에 기독교문화의 부흥을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상 예술인들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고, 지역사회 인적네트워크를 갖춘 교회나 목사, 공동체 조직가 그리고 문화소비자들인 지역민들이 서로 힘을 합쳐 문화돌봄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가능하다며, 이를 위한 전략 등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소송도 불사하며 이단사이비 척결에 앞장서고 있는 교회복음신문(창간32주년) 부활절 특집호에 실렸다.
▲소송도 불사하며 이단사이비 척결에 앞장서고 있는 교회복음신문(창간32주년) 부활절 특집호에 실렸다.

좋아하는 성구는?

그는 현재 교사로 정년을 마친 남편과 이미 독립한 두 아이의 어머니로, 큰아들은 싱가포르 에서 회사에, 며느리는 싱가포르 구글에서 근무 중이며, 둘째는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집근처에 정원화실을 운영하며, 작품활동과 후학지도에 힘쓰며, 교회의 문화사역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고린도후서 4:16.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 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입니다. ‘꽃 한 조작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니 슬픔어이 견디리라는 두보의 독백도 있잖아요? 물론 나이 듦이 유쾌한 일은 아니죠. 그러나 말씀에 의지해 항상 새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있잖아요? 경건을 연습하라고~”

아직도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그는 젊은 시절에는 예술은 슬픔과 고통의 산물이라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집안은 모태신앙으로 중·고등부까지 열심히 교회생활 했으나, 시댁의 영향으로 불교문화도 접해 불교경전은 물론 서예에도 능하다 그는 종교적 방황을 거듭하여 기독교와 불교, 그리고 이제는 돌아온 탕자가 되어 주님의 품에 돌아와 긴 방황을 끝내고 안정을 얻었다.”고 그는 주님이 주시는 평안 속에 기쁨으로 하루를 맡으며 일상의 은혜를 화폭에 담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성경에 푹 빠져 살면서, 오늘도 캔버스 앞에서 하나님과 이웃을 기쁘시게 할 인생 최고의 작품을 위한 그만의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길구 전 YMCA 사무총장
▲김길구 전 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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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징징이 2021-04-07 21:37:27
감명깊네요^^ 건승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