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기 칼럼-김삼환의 명성왕국?
정선기 칼럼-김삼환의 명성왕국?
  • 김성원 선임기자
  • 승인 2017.12.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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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환의 명성왕국?


서울 명성교회의 한 성도가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으로 부임하게 되었다는 결정을 듣고 한 말.

"난 김삼환 목사 아들이 명성교회 차기 담임 되는 것에 부정적이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김하나 목사가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이렇게 신앙 좋고 훌륭한 생각을 갖고 있고 똑똑하고 명성교회에 대해서 잘 알고, 명성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후임을 찾을 수 있겠나."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세대교체 실패 현상에 대해서는 지금 60-70대는 험난한 시기를 거쳐 오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교회를 구축했지만 그 뒤를 잇는 지금 40-50대는 그렇지 못하다는 차이가 있고, 이는 리더십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목회 현장에 준비된 사람, 즉 영적·지성적·인격적 리더가 많지 않은 게 세습의 유혹에 빠져든 한 원인이 되었다. 명성교회도 후임 목사를 눈을 부릅뜨고 찾았지만 떠오르는 리더십이 없었다고 한다. 성실하게 말씀의 권위와 능력을 갖고, 신실하고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교회를 이끌 목회자가 40-50대 중에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명성교회에 김하나 목사가 1112 취임하면서 부자 세습을 공식화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1980 개척교회로 시작했고, 이후 교세가 확장일로로 치달으면서 초대형 교회로 성장했으며 초대 담임목사인 김삼환 목사의 은퇴를 앞두고 수년 전부터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세습한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명성교회는 등록 성도 10만여 명, 주일 낮 예배 어른 성도 4만여 명, 교회학교 학생 7-8천여 명, 청년대학부 3천여 명을 거느린 초대형 교회다. 그동안 명성교회는 시골 촌뜨기 김삼환 목사의 열정과 기도로 이름 그대로 한국교회의 대표적 명성을 얻은 명성교회가 되었다. 꾸밈없는 순박함과 어눌한 듯한 어투가 오히려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김삼환 목사의 설교는 가벼운 듯하면서도 듣고 나면 감동을 느끼게 한다. 새벽기도로 교회를 이만큼 키운 김 목사는 교회 안에서 어정거리지 않고 병원, 학교, 교도소 등 지역사회를 위한 사역을 폭 넓게 펼쳤다. 이를 테면 드러내 놓고 멋스러운 사역보다는 희생하고 섬기는 사역을 했다. 단순히 숫자로 대형화를 이룬 것이 아니라 봉사와 헌신으로 대형화에 걸맞은 교회로 성장했다.

필자는 매 주일 새벽 6시를 기다렸다. 김삼환 목사의 은혜로운 방송 설교를 듣기 위해서였다. 삶에서 우러난 구수한 설교가 생명의 양식이 되었다. 그런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져 이제는 김 목사의 설교를 듣지 않으려고 한다. 명성교회를 자신이 일군 교회로 착각하고 아들에게 넘겨주는 주제넘은 일을 하는 목회자라면 그의 설교도 그렇고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크든 작든 하나님의 교회다. 김삼환 목사는 은퇴를 하고서도 후임목사를 구하지 않고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다. 찾아봐도 명성교회를 담임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디나 할 것 없이 권력에 빌붙는 인간들은 있게 마련이다. 김삼환 목사의 광선이 워낙 눈부시다보니 그의 추종세력들이 대세를 이뤄 세습을 밀어붙였다. 명성교회가 교인투표를 통해 절대 다수가 그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후임 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버지 목사는 아들 목사를 절대 후임으로 하면 안 된다고 엄명(?)을 내렸으나 교인들이 직접투표로 아들을 모셔와 아버지의 대를 잇게 했다. 한사코 아들을 후임으로 하지 말라는 아버지도, 한사코 후임으로 가지 않겠다던 아들도 촛불 민심과 다를 바 없는 잘 조립된 민의(?)에 의해 결국 명성교회의 변칙 세습은 이뤄졌다.

김하나 목사의 위임예식으로 명성교회의 목회세습이 마무리되면서 교계에서는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장통합총회 임원회는 세습금지법이 현행대로 살아 있다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승인하고 질의를 보낸 서울 동남노회에 회신했다. 세습은 교회헌법을 위반했다면서도 총회가 직접 나서지 않고 노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뜻 있는 인사들은 왕조도 아닌데 무슨 세습이냐?’ ‘북한의 세습과 뭐가 다른가? ‘예수를 팔아먹었다등 비판을 쏟아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전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는 김삼환 목사의 마지막이 비참하게 세습으로 끝났다고 평했고, 세습반대연대 김동호 목사는 아들 김하나 목사가 아버지 보다 나을까 기대했다면서 명성교회는 이미 망한 교회라고 혹평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 과정에서 지난 2014년 명성교회 재정담당 장로의 자살과 교회의 800억 원대 비자금 의혹이 일반 언론에서 다시 불거졌다. 배 모 교수는 일반 언론의 이 같은 관심에 대해 교회가 침묵하니 세상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면서, ‘한국교회 개혁의 칼자루가 교회를 떠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교회 헌법에 교회 세습이 엄연히 금지되어 있는데도 총회장을 역임한 원로목사들이 김하나 목사 위임식에 참석하면서 교단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를 방문하던 중 예정보다 일주일 앞서 급거 귀국한 김삼환 목사는 공동의회 전 교회는 절대로 어떤 세상에 있는 권력이나 기업과 같이 그런 영광을 이어받는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명성교회 오면 어느 교회보다 고생하는 것이니 이 교회를 누가 맡든지 불쌍히 여기고 적극적으로 잘 도와줘야 한다고 설교했다. 세습을 기정사실화하고 명성교회를 맡게 될 아들 김하나 목사를 긍휼히 여겨달라는 부탁이다. 명성교회 청빙위원장은 공동의회 후 기자회견에서 청빙위원과 당회원들은 후임목사와 관련해 14개월 동안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기도한 끝에 명성교회 신앙공동체의 장기적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결론에 따라 교인들의 총의를 물어 김하나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명성교회 측에서 교구별 일괄투표를 통해 합병안과 김하나 목사 청빙안에 대한 찬성표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성교회 신자는 세습에 반대하는 쪽은 단체행동을 하지 않았으나, 찬성하는 쪽 교구에서는 구역별로 평소에 보이지 않던 신자들까지 모두 동원해 구역장 지시에 따라 투표를 했다고 폭로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김삼환 목사가 담임목사직을 세습하려는 의도로 담임 임기가 끝났음에도 담임목사 청빙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총회가 결의한 세습금지법은 지금 이 시간에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 담임목사가 되지 않는 것만이 김 목사와 아버지는 물론이고 명성교회와 한국 교회를 지키는 길임을 꼭 기억해 달라고 했다.

-주필, 시인-부산일보 편집부국장-부산일보 논설주간
-주필, 시인
-부산일보 편집부국장
-부산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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