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인 연극배우의 1인 모노드리마
<연극 ‘마더’ 관람신청 방법>
공연일 : 인원 제한 없이 신청자가 날짜 시간 정해서 전화 신청(박후진 대표010-2828-6836)하면 된다.
장소 : 부산시 중구 대청동 2가 30-11(용두산길 10) 용두산공원 공영주차장 가는 길
오후 7시10분, 대청동에 위치한 극단 프라미스랜드의 모노드라마 ‘마더’(Mother)를 보러 간 날은 제법 굵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기후 위기 탓인지 올 여름은 아열대성 장마로 비가 잦고 무덥고 습한 날씨의 연속이다. 오랜만에 보는 연극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소극장 입구에는 프로미스 카페의 대표 박후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특유의 멋진 구레나룻에 호쾌한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광복동 크리스마스트리축제를 위해 자주 드나들던 익숙한 곳이었는데 상설공연을 하니 한번 오라는 당부를 여태껏 지키지 못한 터라 미안한 생각이 들었디. 나만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겠다는 호사를 거절하고 관객이 가장 적은 날 불러 달라고 부탁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는데 10분 늦었다. 시꺼먼 객석에 조용히 들어가려는 나의 계획은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지하 입구의 문을 잠근 뒤 내실 입구를 거쳐 공연장을 들어서는 순간 불이 환한 상태에서 예닐곱 관객들의 눈동자와 오늘의 주인공 배우 박혜인이 나를 보며 반겨주는 것이 아닌가! 좁은 공간에 안내부터 조명, 음향 등 1인 3역을 해야 하는 박대표가 공연의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공연 전에 카페 전체의 출입구를 잠그고 공연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가 늦게 왔으니 공연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을 헤아리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다. 무안함도 잠시 소극장 특유의 소박함과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에 기에 빠져들었다.
전문 소극장으로 거듭나
그동안의 프라미스랜드는 잊어야 할 듯, 공연장에 들어서면 정면 두 벽면 가득 2차원의 이미지를 3차원의 굴곡이 있는 표면 위로 옮겨 영상을 보여주는 맵핑(mapping) 기술을 활용한 스크린이 있어 미디어아트가 가능하고, 최대 70명 정도 수용 가능한 객석, 그리고 부대시설을 포함하면 70평 규모의 어엿한 소극장으로 탈바꿈했다. 연극 마더의 공연을 마친 박혜진 각본, 연출, 배우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주인공을 만나 보았다. 그동안 창단극 ‘마더’는 2023년 1월28일을 시작으로 매주 토, 일 공연으로 지금까지 65회, 1.500여명의 관객이 관람을 했다고 한다.
연극 ‘마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오래전부터 저에게는 하나의 질문이 있었요. Why Me? 왜 나입니까? 30여 년을 일반 연극계에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하다가 2008년 새벽에 교회에 가서 예수를 만나고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8살 연하인 박후진 대표와 결혼하고 기독 문화공간인 프라미스랜드를 섬기며 다양한 크리스천들을 만났습니다. 프랑스로 태국으로 인도로 선교하며 다니다가 2022년 연극 ‘마더’를 만들기까지 계속해서 나에게 들어온 질문은 “Why Me”였어요. 왜 나인 것이냐?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동안 나는 지구촌 - 인간들의 끝없는 울부짖음, 통곡소리, 전쟁, 가난… 이 와중에 지구별하고도 부산 반지하 공간에서 아무 때나 불러주시면 무대 뒤에서 등판할 준비를 하는 배우로 살아왔어요. 거리 공연은 지금까지 해왔지만 17년 전 연극 ‘세익스피어 연인들’을 끝으로 정식 무대에 서지는 못했죠. 이 연극의 주인공처럼 걷고 또 걸었지요. 순례자처럼 한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1인 극은 강력한 집중력과 표현력, 그리고 관객들과의 깊은 교감이 요구되는데 장기공연을 성공적으로 한 것을 보니 지금이 배우라면 기다리던 그‘별의 순간’인 셈이네요.
그런가요? 연극 ‘마더’는 「부산문화재단 2022년 민간 소극장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제작된 작품이죠, 돌이켜보면 지원과정, 선정과정 모든 것이 기적과 같았어요. 무엇보다 갑자기 모노 연기라니 ㅎ 강제로 캐스팅 당한 그런 느낌이었죠. 내가 1인 연극을 언감생심 용기로 만 될 일도 아니지 않나? ~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ㅠ 잠을 못 잘 지경이었어요.
영화에 비해 연극은 현장감이 다르죠? 거기에다 1시간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온몸에 받는 모노라면?
연기자나 관객이나 현장에서 느끼는 현장감과 몰입도가 다르지요. 저를 통해 관객은 감정과 표현, 내면세계를 밀도 있게 체험하게 되니 그 압박감은 오로지 배우의 몫으로 남아요. 그러기 때문에 관객과의 쌍방 깊은 교감이 필요합니다. 저명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님이 〈몰입의 즐거움〉에서 몰입을 인지적 도전과 능력 사이의 균형에서 생기며 몰두하면 자아실현의 경험을 얻게 되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잠도 잘 자요. ㅎ 넘 좋아요. 깡 은혜죠. ㅎ
그동안 축적된 노력과 경험의 열매가 아닐까요. 그 노하우가 얼만데요.
연극 ‘마더’는 어떤 내용이죠?
나의 이야기입니다. 한 여인의 일생이고 외국에서 순례자의 삶을 살아온 일상들을 담아봤어요. 2막의 마리아 연기는 배우인 나의 30여 년의 무대 위에서의 모습이고 성경의 이야기이고 모든 여인들의 이야기입니다. 3막에서는 이런 나의 현실의 모습과 무대 위에서의 배우의 모습이 부딪이고 충돌하고 정리되고 새롭게 출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요.
극중 주인공은 큰 배낭을 메고 끝없이 걷고 있던데?
부조리극이라는 전설적인 연극 사무엘 베커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보듯 우리의 현실은 부조리한 세상이지요. 배우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듯이… ‘마더’에게 배낭은 자기가 져야 할 고통이죠. 인간은 자신의 짐을 지고 걷고 또 걷는 게 우리의 인생사 아닌가요? 교인들은 신이 있을 것 같니? 있어야 하는가? 있다고 믿고 걷는 사람들 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 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겠지요. 그 짐을 주님께 맡기고 산보하듯 즐기며 걸어야죠.
관객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다양한 분들이 오세요. 자폐가 있는 단체에서 오시기도 하셨고, 교회 성도님들, 노인대학 어르신들, 청년부. 중고등학생, 가족분들, 선교단체, 대안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친구들 모임. 노회 목사님들이 오시고요, 개척교회 성탄 행사로 공연을 관람하시기도 했어요. 저희들은 공연중 특별한 순서가 있다. 토킹스틱(talking stick)이 두 번씩 자기에게 오면 연극을 보면서 느낀 자신의 소감을 나누는 기회를 줘요. 이 시간이 참 은혜로워요. 각자에게 다가오는 감동이 다 제 각각이죠. 어떤 이에게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떠올리고, 어떤 이에게는 어머니의 사랑이, 어떤 이에게는 어머니인 자신의 이야기로 와닿기도 하고, 십자가 위에서 어머니를 쳐다보는 아들의 심정을 느끼기도 해요. 평생을 사역한 이들에게는 마리아의 마지막 고백이 위로와 격려가 되어 눈물을 쏟기도 해요. 3막의 딸을 잃은 어머니의 처절한 고백은 2막의 아들을 잃은 마리아의 고백이 가슴에 와닿아 가장 많이 우는 대목입니다. 많은 관객이 "마리아를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들 하세요" 하신다.
대본의 한 대목을 낭독해 주실 수 있나요?
(극중극2막) 척박한 땅 가난한 동네, 여자 사람 마리아가 겪었을 인간적 고뇌. 하늘과 땅 사이 영육 간의 간격이 얼마나 예민했어야 그때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공생애 기간 거리와 광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과 보냈을 고된 일상은 어떠했을까?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을 안고 "가혹하십니다. 당신의 귀한 아들 내 아들을 어찌 이리 처참하게 데려가십니까" 절규한다. 하얀 손에 뽀얀 성모가 아닐 터, 인간 어미로 리얼하게 살다간 마리아를 묵상한다. 극중 마리아 대사 "난 어느덧 군중을 향해 소리치는 전사가 되고 말았어. 아들은 이 땅에 사는 동안 그 누구보다 상하고 상하였나이다 연한 순 같이…"
연극 중에 그러한 피드백이 관객과의 쌍방소통으로 이어져 치유의 시간이 되는군요.
그래요. 극 중에서 만이 아니라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뒤풀이 토킹시간에는 제가 말을 삼가게 돼요. 관객들이 말할 수 있도록, 말을 잘 듣는 것이 서로에게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되니까요. 한국 사회 인간으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통인지 숨구멍이 조금만 열려도 눈물이 터지는 사람들, 서로의 감정이입이랄까? 관객도 나도 견디며 삽니다.
기억나는 감동적이었던 얘기하나를 부탁드린다면?
대안학교를 다니는 한 학생이 연극을 본 뒤 ‘자신이 입양된 학생이고 이 연극을 어머니께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며칠 후 자기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사촌 동생을 초청해서 가족 특별공연을 한 적이 있었어요. 이날 어머니가 얼마나 많이 우시던지… 공연을 마친 후 프라미스랜드를 떠나시면서 하신 어머님의 말씀이 감동적이었다. “제 딸 참 멋지죠?” 이런 재미로 사역을 해요. 모두에 제가 “Why Me?”라는 질문을 다시 해 봅니다. 하나님은 왜? 나를 불러서 연극 ‘마더’를 쓰게 하시고 무대 위에도 세우셨는지? 앞으로 매 순간 매회 최선을 다하여 공연하면서 내가 하나님께 들어야 할 나를 향한 대답이니까요.
“집에 가는 길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는데, 그래도 ‘사명’ 하나 붙들고 힘든 문화사역을 하면서도 해 맑게 웃던 두 부부의 환한 얼굴이 떠올라 발걸음이 가벼워 좋았다.”
연극 「마더」 작, 출연
배우 박혜인
2022 극단 프라미스랜드 대표
2021 ‘부산 시민 장기려’ 을숙도 문화 회관 (기획 출연)
1987 극단 래퍼토리 시스템 입단
1991 예술 기획 ‘뿌리’ 대표 /‘라운드 페이스’ 외국인 극단 창단
1994 김지숙 ‘로젤’ 기획 김지숙‘로젤’ 부산 초청
1994 ‘정태춘 .노찾사’ KBS 부산홀 초청 제작
2005 APEC 연극 참여‘빈방 있습니까’ 기획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제작
홍신자 춤 소리 공연 부산 초청
‘ 정말 이상한 공연’ 국제포퍼먼스 제작
<그 외 출연작>
몰리에르 ‘수전노’,‘칠산리’,‘홍당무’,‘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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