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기 칼럼/무능하고 옹졸한 인조의 그릇
■정선기 칼럼/무능하고 옹졸한 인조의 그릇
  • 교회복음신문/한국기독타임즈
  • 승인 2021.04.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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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기 시인/교회복음신문 주필/부산일보 논설주간/부산여대 겸임교수/동서대학교 객원교수/부산문인협회 부회장/blog.daum.net/jsunkey
▲정선기
시인/교회복음신문 주필/부산일보 논설주간/부산여대 겸임교수/동서대학교 객원교수/부산문인협회 부회장/blog.daum.net/jsunkey

물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모양이 달라지지만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그릇이 결정된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항상 그릇론을 얘기했다. 과장은 과장 그릇이 있고, 사장은 사장 그릇이 따로 있다고 했다. 이게 맞지 않으면 개인도, 회사도 불행해진다고 늘 강조했다. 사장 그릇이 있으면 대통령 그릇도 따로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일부에서는 군수나 우리 국민은 지지리도 대통령 복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 놓으면서 국민을 한껏 기대에 부풀게 했으나 5년 임기의 1년을 남겨놓은 지금 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고들 한숨을 쉰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 하나만 공약을 지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쩌면 이렇게도 일을 안 했는가 살펴보니, 일을 안 한 게 아니고 거꾸로 했다. 안정시켜야 할 서울 집값 올려놓은 것, 주야장천(晝夜長川) 적폐청산한다며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처넣는 등 정치보복한 것, 북한의 김정은과 보여주기 쇼를 한 것이 두드러진다.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그릇이 작으니,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문재인은 주어진 밥그릇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해 결국 그릇을 깨트린 꼴이 되었다.

사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온 국민의 사랑과 인정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 나름대로 어느 한쪽의 국민이 아니라 모두에게 골고루 지지받기 위해 애썼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국민을 갈라치기 해 지지 세력을 규합해도, 대통령이 되고 나면 나라를 위해 국민 통합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좌파정권의 김대중은 IMF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을 했고, “대통령 못 해먹겠다던 노무현은 한미FTA를 체결했고 노동계로부터 신자유주의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노사간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재임 5년이 끝나가는데 한쪽 진영의 맹주(盟主) 역할에 만족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 하나 책임 있게 딱 부러지게 결정하는 일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앞에서는 아닌 척하고 뒤에서 버무린다. 이런 식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문재인 허수아비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마치 안동 김씨에 의해 왕위에 올랐지만 실권 없이 휘둘린 강화 도령철종처럼, 문 대통령을 자리에 앉혀놓고 특정 세력이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비선 실세의 통제 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청와대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재인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대통령이 주변 세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은 팩트가 아닐 수도 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충돌할 때 드러났던 패턴이 그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다.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실력이다. 이게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실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허수아비설은 현 정권에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다. 믿었던 부하들조차 말을 듣지 않는 외로운 대통령을 향해 지지자들은 오히려 동정표를 보내고 결속을 다지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 틀어박힌 채 고립무원의 지도자상을 연출하며 권력을 지켰던 것과 마찬가지다. 가덕도 신 공항 건설에 국토부가 반기를 들자 당장 부산을 방문해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라. 문 대통령은 패싱당하고 있지 않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필요에 따라 수동적인 모습을 적극적으로 연출할 뿐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외우내환과 사분오열을 방치하거나 조장함으로써 자신의 입지와 이익을 지키는 어두운 권력의 기술이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조선의 마지막 임금 고종은 대원군과 명성왕후 사이의 갈등을 철저히 활용했다. 동학을 믿는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였고, 그 청군을 통제할 수 없으니 일제를 불러들였고, 개화파의 힘이 커지자 러시아 대사관으로 피신을 갔다. 결국 백성은 도탄에 빠졌고 나라는 쑥대밭이 되어 식민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한일합방 이후 고종과 그 일가는 일제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았을 뿐 아니라 왕공족(王公族)으로 분류됐다. 황족에 준하며 일본의 귀족인 화족보다 높은 신분이었다. 얼핏 보면 무능한 고종이 아버지와 아내와 신하들, 침략하는 외세의 틈바구니에서 끌려 다닌 것 같지만, 최후의 승자는 고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릇이 작다보니 지금 도처에 위험 요인이 깔려 있다. 국민들이 힘을 모아도 극복이 쉽지 않은데 갈수록 분열되고 있다. 역사를 보면 이런 경우 반드시 쇠락의 시기가 왔다. 정치권이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하는데 기대 난망이다. 정치인을 잘못 뽑은 우리 책임이다. 예전 금권 선거에 시달리던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돈은 받되 표는 제대로 찍어달라고 당부한 것처럼 국민들이 돈에 주권을 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홍콩에 이가성(李嘉诚)이라는 대부호가 있다. 홍콩에서 1달러를 쓰면 5센트는 이가성에게 돌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사람이다. 개인 재산이 약 30조 원인데 세탁소 점원으로 시작해서 엄청난 부를 이룬 그가, 5만 원 이하의 구두와 10만 원 이하의 양복을 입고 비행기는 꼭 이코노미를 타면서 검소하게 살고 있다. 절약한 돈으로 아시아에서 기부를 제일 많이 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가성 회장과 운전기사의 일화가 있다. 이 회장의 운전기사는 30여 년간 그의 차를 몰다가 마침내 떠날 때가 되었다. 이 회장은 운전기사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200만 위엔 (36천만 원)의 수표를 건냈다. 그랬더니, 운전기사는 필요 없다고 사양하며, 저도 이천만 위엔(36억 원)의 돈을 모아 놓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기이하게 여겨 물었다. "월급이 5~6천위엔 (100만원) 밖에 안 되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거액의 돈을 저축해 놓았지?" 운전기사는 "제가 차를 몰 때 회장님이 뒷자리에서 전화하는 것을 듣고 땅을 사실 때마다 저도 조금씩 사 놓았고요. 주식을 살 때, 저도 따라서 약간씩 구입해 놓아 지금 이렇게 자산을 모았어요!"
인생에 누구를 만났느냐는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그가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국민의 운명을 좌우한다. 조선조 태종은 정적 정도전을 제거했지만, 사람만 죽였지 그의 정책은 대부분 계승하여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었다. 반면 인조는 광해군을 몰아내고 광해군의 정책을 깡그리 부정하며 나라를 망국의 길로 몰아넣었다. 무능하고 옹졸한 지도자의 그릇이 인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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