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자 한 사람의 아집과 오기
집권자 한 사람의 아집과 오기
  • 정선기 칼럼
  • 승인 2020.11.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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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기 장로현, 시인/교회복음신문 주필 역임, 부산일보 논설주간/부산여대 겸임교수/동서대학교 객원교수/부산문인협회 부회장
▲정선기 장로
현, 시인/교회복음신문 주필
역임, 부산일보 논설주간/부산여대 겸임교수/동서대학교 객원교수/부산문인협회 부회장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집권자 한 사람의 아집(我執)과 오기(傲氣)로 인해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잃고 허우적대고 있다.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나 다름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살아 가는 국민들은 죽을 맛이다. 대통령은 정치와 경제 등 국정 전반을 국민의 동의를 얻어 실행해야 함에도 집착(執着)과 오기(傲氣)로 밀어붙이니 되는 일이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살림살이가 더 나빠졌다고 느끼는 국민이 과반이 넘는다. 특히 80% 넘는 자영업자가 이 정부 출범 후 형편이 나빠졌다고 토로한다. "국민의 전 생애를 책임지겠다"는 정부가 도리어 국민 먹고사는 문제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경제 정책으로,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포스트케인지언(Post-Keynesian)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대기업의 성장으로 인한 임금 인상 등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보다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전략이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약자의 지갑을 채워주는 대신 더 가난하게 만드는 역설은 문 정부 들어 일관되게 확인돼왔다. 최빈층 소득이 급속히 감소하고, 빈부격차는 최악으로 확대됐으며, 소득 최하위 20% 계층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 없는 무직자로 전락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민 경제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정부 대응은 세금 써서 가짜 일자리 만들고 복지 명목으로 현금 뿌리겠다는 것이 전부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진짜 정책 대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임시 미봉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경제가 뒤틀리고 삐뚤어지면 정치라도 올발라야 할 텐데 이게 더 엉망진창이다. 선거에서 절대다수당이 된 여당이 마치 독재자나 된 듯 멋대로 법을 만들고 멋대로 법을 집행하는 만용을 부린다.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국회의원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협박이다. 대통령은 구중궁궐(?)에 앉아서 산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한마디 던져놓고, 정작 산 권력을 수사하자 모조리 목을 치는 이중플레이를 능사로 하고 있다. 다수당에게는 법도 없고 원칙도 없다. 코로나를 핑계삼아 광화문 시위대(주모자)를 대통령비서실장이 살인자라하지 않나, 국정감사에서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말문이 막힌 장관이 국회의원을 향해 소설 쓰지 말라고 하질 않나, 법무장관이라는 자가 법에도 없는 언동을 마구 해대니깐, ‘法務長官法無長官이라고까지 빗대어 부른다.

무리하게 집행한 적폐청산은 나라를 쓰레기더미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는 적폐 청산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국민 통합만 얘기하더니 취임 직후 내건 100대 국정과제 제1호가 적폐 청산이었다. 국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적폐 청산이라고 공표하면서 검찰과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심지어 기소된 사건의 공소 유지를 철저히 하라는 구체적 재판 전략까지 국정과제 속에 포함시켰다.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건을 적시해가면서 수사를 지시했다. 방산비리 척결, 박찬주 육군대장 공관병 갑질 의혹,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고 장자연 사건, 클럽 버닝썬 사건 수사를 일일이 지시했다. "공소시효가 지난 일도 사실 여부를 가리라"는 지침을 주기도 했다.

산업부장관이 월성 1호기를 2년 반 더 가동하겠다고 보고한 원전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말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이 정권이 정신 줄을 놓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실무진은 그 전까지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 조기 폐쇄를 의결하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영구정지 허가가 나오기까지 2년 반 정도는 계속 가동시키자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원전 국장은 ‘2년 반 추가 가동계획을 백 전 장관과 당시 청와대 비서관에게 보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월성 1호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질문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원전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막말까지 하며 계획을 바꾸도록 했다.

너 죽을래질책은 마치 조폭 중간 두목이 부하에게 보스 지시 어겼다가는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며 호통 치는 상황을 보는 것 같다. 원전과장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감사원에서 진술했다. 그는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장관이 시킨 대로 한수원 본부장을 호출해 "월성 1호기는 조금이라도 재가동은 안 된다고 통보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자기들 행동이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불법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한수원·회계법인에 압력을 가한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회의 자료를 바꾸도록 했고 나중엔 사무실 컴퓨터의 문건 수백 건을 삭제한 것이다.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그랬던 것은 대통령 지시를 거슬렀다가는 공직 생명이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너 죽을래라는 말은 장관이 했지만 그 진원은 대통령이고 청와대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 한 사람의 탈원전 집착과 오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내세우며 했던 얘기는 후쿠시마 사고로 1300명 넘게 죽었다는 식의 완전히 틀리는 내용이거나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은 세월호와 같다는 터무니없는 비유 정도였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정책 부작용이 크거나 국민 반대가 많으면 자기 생각에 잘못된 부분은 없는 것인지 고민하면서 다각도로 검토해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정반대로 한다. 오히려 왜 월성 1호를 빨리 폐쇄하지 않느냐고 추궁하면서 오기를 부렸다. 공무원들은 그런 지시를 어쩔 수 없이 이행했다가 줄줄이 감사받고 징계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이 정부 들어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도 내년 2월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면 발전 사업 허가 자체가 취소된다. 신한울 3·4호기엔 이미 7900억 원이 투입돼 10% 이상 공정이 진행됐다.

나라 돌아가는 게 왕조(王朝) 시대와 다름없이 퇴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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