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구가 만난사람 / '기쁨의 집' 대표 김현호
■ 김길구가 만난사람 / '기쁨의 집' 대표 김현호
  • 한국기독타임즈/교회복음신문
  • 승인 2019.02.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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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 주는 평신도 사역자 기쁨지기
기쁨의 집 대표 김현호
'기쁨의 집’ 대표 김현호

예수는 죽어서 밤에

한 사내를 찾아가고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제일 가난한 사내

유월절에 쑥을 파는 사내

요보라를 그가 잠든

겟세마네 뒤쪽

올리브숲 속으로, 못 박혔던 발을 절며 찾아가고 있었다.

안심하라고,

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안심하라고,’

 

이 시는 작년 여름, 유난히 더웠던 찜통더위 속에 개최된 제21회 기쁨의집 독서캠프의 강사로 초대된 민영진목사가 강의한 내용 중 1977년 근역서재에서 나온 김춘추 시인의 시집 남천에 실린 요보라의 쑥의 일부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거부로 퇴학

책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김현호 대표를 아세요?” 오래 전 일간지 문화부장으로부터 들은 뜻밖의 질문이었다. ‘교계는 취재꺼리도 없고, 소통도 어렵다는 푸념과 함께 던진 말이었다. 대화중 문득 과거 동행 취재한 독서캠프에서의 특별한 만남을 떠올린 듯 했다.

그를 알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말인가? 미문화원 옆 대청동 육교 앞에 있던 백합서점의 점원시절이었다. 과묵한 주인에 비하여 점원의 살가운 환대가 돋보였는데 그 웃음 뒤의 어두운 과거를 안 것은 많은 세월이 흐른 뒤였다. “섬진강 하류에 위치한 진월면의 재건파 오사교회 출신입니다. 담임이신 홍순경 목사님은 60대의 평북 선천 출신의 보수적이면서 손양원, 주기철 목사님처럼 일사각오의 투철한 신앙관과 역사관을 가지신 대단한 분이셨지요. 일제 때는 신사참배와 동방요배, 오정묵도를 우상숭배라 거부하다 옥살이 중 해방을 맞으셨는데, 자유의 기쁨도 잠시 인민군의 박해를 피해 월남하셨지요. 우리의 굴곡진 역사는 그분을 그냥두지 않았어요. 유신 때 국기에 대한 맹세가 천황숭배와 다를 바 없다며 거부하여 또 한 번 곤욕을 치루셨지요. 1971~73년 유신 때 국기에 대한 주목이 경례로 바뀌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강요하자 전국적인 거부운동이 일어났어요. 이에 반대하면 학생이건 교사건 매 맞고 쫓겨나고 감옥에 갇혔는데 정말 엄혹한 시절이었습니다. 우리교회 중고등학생 80여 명 중 50여명이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했고, 회유와 협박에도 마을에서 끝까지 버틴 학생은 당시 진월중학교 1학년인 저를 포함해 중학생 2명과 고교생 3명으로, 아마 전국적으로 80여명의 중·고교생들이 퇴학이나 강제 자퇴를 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그는 요즘도 언론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말이 나오면 당시의 트라우마가 떠오른다고. 이러한 선택은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했다. “나의 꿈과 삶이 온통 뒤죽박죽 엉망이 되었죠.”

기쁨의 집에서 가지는 부산독서모임
'기쁨의 집’ 에서 가지는 부산독서모임

지금의 생각은 어떨까? 지금도 자발적 애국과 강요된 국가주의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국기에 대한 경례의 경우 다소 유연해졌다고 할까? 지금은 맹세에 대한 내용도 바꿨고, 국가가 없으면 나도 존립하기 어렵겠죠. 극단적으로 반대하진 않지만 강요할 땐 다르지요

강제 자퇴를 당한 후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와야 했다. 7년간 부산의 출옥성도 가정에서 기거하며 홍목사의 주선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를 다녀야했다. 고교 때 얻은 아르바이트가 부산의 기독교 서점이다. 당시의 부산에는 백합서점, 복음서관, 칼빈서점, 육일도서 등이 있었는데, 그는 대청동의 복음서관에서 알바로 2년 후 백합서점의 직원으로 15년을 근무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 서점을 택했지만,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환경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20대에 20만원의 봉급 중 4분의 1을 책을 살 정도로 책에 푹 빠져 살았다는 그는 신학에 매료돼 성직자의 길을 준비하던 중 김세윤 박사가 쓴 구원이란 무엇인가?’란 책을 읽고 성직자나 평신도나 소명의 자리만 다를 뿐 하나님나라를 섬기는 위치에서 차별이 없다는 것에 감명을 받은 후 천막쟁이로 살았던 사도바울처럼 자비량으로 책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뤄보자! 고 결심하게 되었다. 한권의 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독서캠프로 시작된 문화사역

꾸준함으로 이뤄낸 팬덤문화

아내는 유년시절 이웃마을에 살며 교회를 함께 다닌 친구사이였다. 도시로 나온 후 우연히 같은 교회에서 만나 열애 끝에 결혼했다.

책을 통한 문서선교에 대한 비전이 커지면서 이제는 독립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에 걸친 사장의 만류에도 자립에 대한 그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의 꿈은 단지 책을 파는 슈퍼마켓이 아니라 문서선교를 위한 일터로서의 서점이었다. 19942월에 초량의 일본영사관 건너편 지하에 전세금 1천만 원으로 지하 20평의 건물을 얻어 기쁨의집을 개업하게 되었다. 그가 평소에 꿈꾸었던 기독교문화공동체의 거점이 생긴 것이다. 경영이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쓸 생각부터 미리 했다. “버는 대로 쪽쪽 썼지요.” 멀리 생각하면 일종의 투자라는 생각도 없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기독교문화운동에 대한 그의 간절함 때문이었다. 오픈기념으로 대장간출판사의 박기삼 대표를 초청하여 거꾸로 사는 삶을 주제로 문화강좌를 개최한 이래 토크 콘서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기독문화의 불모지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한 것이다.

매년 3회에서 5회 정도 개최한 것 같아요. 오지에 선교를 왔다고 생각하고개업 초기부터 당분간 우리서점은 사업 아닌 사역중심의 운영을 하겠다.’ 고 공언했는데 지금껏 그 약속을 지켜왔어요. 감사한 일이지요.”

창업 당시는 교회 홍보문화도 등사시대를 벗어나 마스터로 주보, 교회회보 등이 나오던 때였는데 YMCA강당 등을 빌려 서울의 교회주보나 회보, 신문 등을 소개하고 도서전시회와 세미나 등을 개최했는데 김남준, 송인규, 오광만, 백금산, 이현주, 한완상 등 다양한 저자들을 초청하여 강좌를 이어왔고. 라브리 박경옥 간사를 초대하여 자녀교육, 양은순 사모를 초대하여 사모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중년 평신도들이 신앙과 일상을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요크리스천포럼을 시작으로 교회개혁운동과 성서한국운동 기독청년아카데미, 성서아카데미 등 다양한 기독NGO운동의 거점이 되었다. 특히 영성과 지성의 하모니를 목표로 시작한 기쁨의집독서캠프는 올해로 22년째로 기독교인문학을 소개하는 창구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 결과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는 열성적인 팬들이 생겨나면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강력한 팬덤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꾸준함에서 얻은 소득 중 또 하나는 독서모임의 활성화이다. 독서가 영적성장과 치유가 일어나는 매우 중요한 현장임을 독서모임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기쁨의집이라는 작은 공간을 아지트로 다양한 형태의 문화기획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바스락콘서트, 별이 빛나는 크리스마스, 사랑별독서학교, 북토크 등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지난해 봄부터 시작한 대안적 교회운동은 건강한 작은교회이다. 지역을 사랑하고 섬기는 마을교회, 의도적 작은교회를 지향하는 이 모임에는 목회자들 20여명이 모여 매달마다 목회멘토링을 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실천적 교회운동이다.

부산지역의 그에 대한 1인 다역에 대한 의지와 기대는 역설적으로 허약한 부산지역의 평신도 기독문화운동의 한계이기도 하다.

서점 내부 모습
서점 내부 모습

북 칼럼리스트로 책읽기에 앞장

목회자들 독서량 계속 줄어 걱정

각설하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책 소개를 듣고 있으면 듣는 이의 마음이 편해진다. 그는 꿀 성대를 가졌다. 남성 특유의 중저음은 그의 말에 설득력을 더한다. 메가비언의 법칙이 아니어도 메시지의 전달력에서 내용보다는 목소리가 더 호소력이 있다는 연구결과처럼 목소리를 제2의 얼굴이라고 않던가.

그런 그가 고민에 빠졌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책을 구입하는 목회자와 신도들이 계속 줄고 있어서다. “서점도 종래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전자책과 인터넷 구매 등 다양한 요인으로 고객들이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이런 것을 포함해도 독서량이 점점 줄고 있어요. 베스트셀러가 없는 시대랄까? 교계는 2,000권을 1판 기본으로 1달 안에 2~3쇄가 되면 베스트셀러로 보는데 1판은 제작비로 보면 되고, 2쇄부터 수익이 나는데, 단기적으로 1만부 이상이면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은 이마져도 쉽지 않아요. 물론 베스트셀러가 꼭 좋은 책만은 아니지만요이런 출판계의 침체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심각한 것을 싫어하는 현대인의 특성에서 찾기도 했다. 일반서점은 물론이고 기독교 서점들이 기로에 서있어 위기론이 대두되는 이유이다. 이는 강단에서의 말씀의 희화화로 연결되어 뜻있는 젊은 층과 지성인들이 자기교회를 외면하고 이 교회 저 교회를 기웃거리며 설교쇼핑을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며 우려했다.

 

한국 기독교 출판계의 흐름은?

2000년대 이후, 성장보다 성숙에

부산·경남기독서점협의회 회장을 지낸 그는, “처음에는 주석류 등 목회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갔지요. 박윤선, 이상근 박사 등이 출판계의 스타였구요. 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었던 70~80년대에는 풀러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피터 와그너의 교회성장론에 영향을 받아 한동안 이에 관한 책들이 대세를 이뤘고, 80~90년대는 제자훈련의 붐으로 관련교재가 많이 출간되었어요. 1990~2000년대에 이르면 80년대 유학파들이 성장하면서 국내주석, 연구서들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당시 곽선희, 김세윤, 하용조, 이동원목사 등이 출판계를 이끌었지요. 안이숙의 죽으면 죽으리라, 안요한의 낮은데로 임하소서, 김진홍의 새벽을 깨우리로다등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고요, 요즘은 이찬수 목사의 저서들이 꾸준한 편입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중반까지 해외선교가 봇물을 이루면서 이에 관련된 책들의 출판이 러시를 이뤘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폭발적인 양적 성장세에 감춰진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질적 성숙에 대한 교회안팎의 요구에 직면하면서 2000년대 이후 10여 년간 한국교회는 교회외적인 사회참여와 섬김 등을 위한 서번트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교회의 목적을 묻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목적이 이끄는 교회의 릭 웨런 목사의 책이 인기를 끌었으며, 야베스의 기도란 책도 많이 팔린 책 중에 하나입니다.”

이단적 출판 범람 시장교란

함량미달의 설교집도 문제

한국은 기독교의 성장 못지않게 많은 이단들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단적 요소가 있는 책을 검증 없이 출판하여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펄시콜레의 내가 본 천국이장림의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토마스 주남의 천국은 확실히 있다등의 책들이 출간되면서 주관적 체험을 중시하는 책들이 출간되어 교계를 어지럽히자 한국기독교출판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자정운동이 일어나 상당부분 해소되기는 했으나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그는 전체적으로 발행서적과 참여하는 저자들도 늘고 있으나 독자가 개발되지 않아 시장 자체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출판문화가 활성화 되려면 기획출판이 활발해야 하는데 그런 역량을 가진 출판사로 기독교서회, 새물결플러스, 복있는사람, IVP, 부흥과개혁사, 특히 기독교문학을 이끌고 있는 홍성사 등이 기독출판문화에 기여했다, ‘기독출판계의 빅5를 들라면 대한기독교서회, 생명의 말씀사, 두란노, 아가페등을 들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기억하고 풍류를 아는 사람이다. 작년에 그는 특별한 이벤트를 가졌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마틴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진 것이다. 시낭송회와 윤동주 시를 노랫말로 곡을 부친 찬양사역자 박보영을 초청하여 콘서트도 가졌다. 그리고 그의 시가 담긴 달력을 제작판매를 했다. 그는 나에게 본전은 됐다고 해맑게 웃었다. 나는 그가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 일제의 탄압에 요절한 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인, 크리스천 윤동주를 알리기 위해서다. 그에겐 밑지지 않으면 좋고, 밑져도 그만이다. ‘사업이 아닌 사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기독교서점 기쁨의 집대표가 아닌 그냥 기쁨지기인 것이다. 올해도 그는 겨울과 여름에 그의 단짝 CCM 가수 박보영과 함께 지친 환우와 탈진한 목회자들이 있는 작은 교회를 방문하는 찾아가는 예배로 순례의 길을 떠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한국기독타임즈/교회복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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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민 2020-05-29 22:49:54
좋은 만남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