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기독 법조인이 되려면

기독법조인의 위기 극복, 신앙과 생활의 일치

특별기고/법무법인 로고스 설립자 전용태 변호사

 

대부분의 크리스천 직장인들은 신앙과 생활의 일치 내지 조화문제로 긴장과 갈등을 겪고 있다. 법조인이라는 전문직은 정의라고 하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를 다룬다. 인간의 영적인 건강을 다루는 성직자, 인간의 육체적인 건강을 다루는 의사와 함께 법조인은 인간의 정신적, 혼적인 건강과 행위를 다루는 전문가이다. 전문직이라는 단어는 고백하다(profess)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에서 이해될 수 있는 바와 같이 법학은 신학 의학과 함께 오랫동안 신뢰의 대상이 되는 학문으로 간주되어 왔고 법조인은 신성한 성직자와 같이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다 법조직이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 사회는 ‘변호사를 산다’ 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법조인에 대한 국민대중의 존경과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고 자신이 선택한 법조직업에 대한 회의와 실망감, 정신적인 고뇌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법조직역 황혼기의 위기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 하버드 법과대학 교수 매리안 글렌든(Mary Ann glendon)은 ‘미국 변호사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법조인보다 더 부유하고 힘이 있지만 깊은 우울증에 빠져있다.’ 고 말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105개 직업에 대한 조사에서 변호사의 우울증이 다른 직장인보다 4배가 높고 변호사 네명 중 한 명이 무력감, 고독, 사회적 고립감에 시달리고 있다.’ 는 수치도 나와있다. 기독인이든 아니든 법조인의 이러한 정신적 공황의 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하버드 대학에서 법률학 예일대학에서 목회학 공부를 했고 크레이튼 법과대학 법윤리학 교수인 조셉 알레그레티(Joseph G.allegretti)는 법조인의 소명이라는 책(심동섭, 전재중 변호사역)에서 그 원인이 변호사가 ‘고용된 총잡이’로 전락함으로 인해 법조인 소명자로서의 의미와 보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우리나라도 간혹 발생하는 법조비리 사건으로 판·검사직에서 변호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변호사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도 점점 더 떨어지고 있어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변호사로서의 소명의식과 의미와 보람을 찾지 못하는 근본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법조인으로서의 영성과 전문성(시78:72)의 결여 및 이로 인한 자타(自他)에 대한 변화(마5:13-16) 불감증내지 무력감일 것이다.

상처받은 의뢰인을 치유하는 등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독법조인이 되어야 한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 기록하고 있다(마5:13-16). 이 말씀은 모든 그리스도인을 향한 말씀이지만 특히 신성한 성직자같은 사명감을 가져야 할 기독법조인에게 더욱 강조되어야 할 교훈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라는 말은 원래 세상은 어둡고 썩어있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참 빛이신 그리스도의 사람이라면 그리스도의 반사체로서 마땅히 세상의 부정과 부패를 방지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필자가 오래전 부패방지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으로 있을 때 국제 투명성기구의 통계를 보니까 우리나라 공직자 부패지수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국가로 분류되어 있었고 부정선거도 많았다. 3%의 소금이면 바다도 썩지 않는데 20% 이상의 복음화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 공직사회에 이토록 부패가 많은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국회의원 300명 중 그리스도인이 110명이 넘는데 동성애성행위를 정상화하여 보호하고 동성애 반대자를 규제함으로써 창조질서와 보편적 윤리를 무너뜨리고 에이즈(AIDS)를 확산시키는 등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가져오는 국가인권위원회법 하나 막지 못하고 개정하지 못할까.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많은 이유는 소금은 많으나 맛 잃은 가짜 소금이거나 진짜 소금이지만 부뚜막의 소금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기독법조인들이 세상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에는 회피형(回避型), 동화형(同化型), 변화형(變化型)이 세 가지 유형이 있다.

회피형은 법조업무는 성질상 신앙과 조화·양립될 수 없다 생각하고 아예 법조인을 포기하는 중세 수도사형이다. 고용된 총잡이 역할만 하는 변호사 일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변호사를 그만두고 신학대학교에 들어간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검사로 일하던 필자도 한 때 아내의 권유를 따라 예수를 믿어야 하겠는데 그리스도인이 되면 예수님은 사랑이시니까 죄인을 구속하기도 어렵고 구속·송치받은 피의자를 풀어주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검사 그만두고 예수믿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회피형은 위에서 말한 부뚜막의 소금이다.

동화형은 기독법조인은 회피형과 같이 세상을 등지고 살아서는 안되고 세상 속에서 업무를 처리하기는 하되 역시 신앙과 법조인 업무는 조화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일요일의 교회와 주중의 직장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형이다. 법학자 리처드 왓서스트롬(Richard Wasserstrom)은 동화형‘몰가치적 기술자(amoral technician)’라고 부른다. 동화형은 위에서 말한 맛잃은 가짜소금이다.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은 살지 못하는 주 원인은 손해보기 싫어서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말씀대로 자신의 육신의 생각 즉 말씀대로 살면 손해 볼 것 같고 오해받을 것 같고 승진도 늦어질 것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하는데 그 버리는 아픔이 커서 말씀대로 행하지 않게 되는데 있다.

변화형은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떠나 살면 물 없는 고기와 같이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세상한복판에 살면서 당장은 어떤 불이익이 오더라도 담대하게 말씀대로 살아 세상을 변화시키는 형이다. 법조직역에서도 그리스도를 섬기도록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는 소명의식이 투철한 기독법조인이다. 변화형은 주일예배후의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을 축도 후의 예배로 생각하여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하나님되게 하는 형이다(롬12:1-3).

검찰에 있을　때 일이다. 죄는 미워도 죄인은 사랑하라(憎罪愛人)는 말씀에 따라 어떤 절도피의자에게 곰탕 한 그릇을 대접하였는데 식사 후에는 범행을 부인하던 그가 피의사실을 순순히 자백하는 것이었다. 사랑은 이웃(피의자)에게 악을 행치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롬13:10).

의뢰인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먼저 영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기독법조인(moral technician)이 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기독법조인이 되려면 영성과 전문성이 겸비되어야 한다. 영성없는 전문성은 과거 모세와 바울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회와 사람을 해칠 수 있고 전문성 없는 영성은 사회를 개혁할 수 없다. 지도자의 영성과 전문성의 중요성에 대하여 시편78편 72절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에 그(다윗)가 그들(양무리)을 자기 마음의 성실함(또는 완전함)으로 기르고 그(다윗)의 손(행동)의 공교함(또는 능숙함)으로 그들을 지도하였도다.

영성이란 마음의 성실함을 의미한다. 법조인이기 이전에 먼저 성실한 마음의 소유자가 되도록 자신 내면의 묵은 땅을 경작하여 의뢰인을 섬기고 치유할 수 있는 영성을 길러야 한다. 사람 또는 인간으로 번역된 (히)단어 아담(אָדָם)은 ‘피를 배우는 존재’ 즉 원래 생명의 빛이 없는 사람이 생명의 말씀을 배우고 그 배운 생명의 말씀에 매달려 살아 생명의 빛으로 내면의 묵은 마음밭을 경작하여 옥토가 되게 하는 일을 하여야 할 존재라는 의미가 있다.

전문성은 손(행위)의 공교함 또는 능숙함을 의미한다. 전문직으로서의 법조인은 전문적인 이론지식과 기술을 보유해야하고 이를 위해 공식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오늘날 법조직역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변호사가 ‘몰가치적인 기술자’나 ‘고용된 총잡이’라는 오명을 벗고 ‘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의 보호자’ 또는 ‘상처받은 의뢰인의 치유자’라는 평가를 받도록 영성과 전문성을 겸비하여야 한다. 나아가 기독변호사는 전문지식을 정의구현을 위하여 사용할 때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율법의 강령인 사랑의 정신으로 법을 운용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재직 중에는 민관합동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범죄 없는 마을운동, 도시를 깨끗하고 거룩하게 만드는 성시화(聖市化)운동을 전개한 바 있고 퇴직 후에는 기독변호사 중심으로 법무법인 로고스(Logos)를 설립하였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서구 일부 국가의 타락한 성문화인 동성애, 동성혼, 성평등, 법제화의 물결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인권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자유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평등이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도전을 받고 있는 이 절체정명의 위기상황에서 기독법조인으로 부름받은 정의의 수호자들은 언제까지 침묵의 죄(guilty silence)를 범하고 있을 것인가.

교회복음신문/한국기독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