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광장에서 탄생한 대통령
촛불광장에서 탄생한 대통령
  • 정선기 칼럼
  • 승인 2017.05.11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선기칼럼-275

촛불광장에서 탄생한 대통령

 

촛불광장의 군중은 순식간에 박근혜정부를 뒤집어 엎고, 촛불혁명을 주창한 좌파 정치인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합리적 지성의 대표적 국민인 독일의 광장에서도 광란의 군중들이 만들어 낸 것은 영웅이 아니라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였듯, 광장의 군중 심리는 참으로 바보스럽다. 가면의 손에 의해 격화된 민중 투쟁의 광기어린 집단행동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포기도, 좌절도, 공포도 모른 채 질주한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문재인을 세우는 일이었다.

탄핵으로 인한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제19대 대통령 자리를 꿰찬 문재인은 강고한 40%대 지지의 한계선에 머물렀다. 역대 최고의 득표율(51.6%)로 과반을 훌쩍 넘긴 박근혜 대통령이 민중 궐기의 밧줄에 묶여 도살장으로 끌려가 최후(?)를 마쳤는데, 과반도 넘기지 못한 지지를 ‘촛불광장’의 민심이라며 방자하게 굴다간 또 하나의 불행한 대통령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촛불군중은 전체 국민의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촛불 좋아하다가 촛불에 델 날이 올 수도 있다. 촛불은 언제나 권력자의 반대편에 선다는 고금의 진리를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촛불을 들먹이지 말아야 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의 비극적 결말을 교훈 삼아 정직하고 깨끗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호언했다. 10년 좌파정부의 무엇을 계승하겠다는 건지 의구심이 생긴다. 김대중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북한에 돈을 쏟아 부은 햇볕정책의 장본인이며, 노무현은 갈등과 분열로 날을 지샌 부끄러운 자살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 실패한 정부의 계승이 아니라 극복이어야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 좌든 우든 편 가르기보다는 통합하고 협치 하는 모습을 보일 때 과반이 넘는 반대표의 마음을 살 수 있다. 대북 안보 분야에서 좌파지향의 햇볕정책, 사드재검토, 개성공단재개 등을 밀어붙이면 좌충우돌하다가 모처럼 충전한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국민의 동의 없는 독단적 결정은 위험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개혁과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손을 잡고 갈 수밖에 없다.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의 ‘재조산하(再造山河)’는 문재인 대통령의 화두(話頭)다. 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져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 준 글귀다.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죽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충신들의 마음으로, 지금 절박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대개조에 나서야 할 때임을 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순신의 재조산하 정신으로 국가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 대개조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정직해야 한다. 선거 기간 구설수에 오른 거짓말하기, 둘러대기, 책임회피의 태도를 버리고 솔직하게 국민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토론하여 국정을 이끌어가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거 군림하는 대통령의 굴레를 벗어나 서민적이고 자유로운 정치로 전환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시중에 나돌았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되는 이유’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얼토당토한 이유도, 말도 안 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다.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까, 무조건 ‘아니다’ ‘모른다’ ‘관계없다’고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책임부분을 명확히 하여 한 점 의혹 없이 풀어내 정직한 대통령, 진솔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지지자보다 반대자가 더 많다. 반쪽 대통령도 되지 못한다. 다른 당 후보를 적폐세력이라고 몰아붙이는 유아독존(唯我獨尊)식 통치방식으로는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 나갈 수 없다. 개혁과 통합의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가야 한계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 촛불 군중은 지원군이 아니라 감시자로 돌아섰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촛불 민심 운운하지 말고 국민을 상전으로 떠받들어 겸손한 자세로 대통령직에 임해야 한다. ‘대통령이 밀어붙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국회 선진화법 아래서 권위주의를 내세워 밀고나가려 하다간 식물대통령이 되기 십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